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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ravel)

64번째 생일(감사 704)

매일 감사 2023. 12. 15. 17:46

은퇴 후 한국에서 처음 맞이하는 내 생일인데...
미국에서야 바빠서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어제까지 나도 옆지기도 서로 잊고 있다가...
카톡과 지인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고는 기억을 찾았습니다.  

옆지기가 미역 원산지인 기장에 미역국 맛있게 끓여주는 집이 있으니 가서 생일 아침을 먹자고 합니다.
은퇴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특혜입니다.
흐르지 않는 듯한 시간 속에서도 잠시 멈춰갈 수 있는...
하는 일이 없으면서 ‘쉼’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사실 어제도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하루 한 끼 제대로 먹는 식사도 밀키트로 간단하게 먹었기에...

한국 코스트코엔 미국엔 없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다 저녁 옆지기가 도서실에 책을 반납하러 간 사이,
나 혼자 집 앞 전통시장 반찬 가게에 가서 시락국과 반찬 3가지를 오늘 먹으려고 사 왔는데...


기장... 우리가 살뻔했던 동네를 이런저런 모양으로 자주가게 됩니다.
오늘은 ‘기장혼 국보미역'집에 생일 미역국을 먹으러...

모두들 가자미 미역국을 추천했지만,
국에 생선이 들어가는 게 아직은 낯설어서,
나는 보암직한 전복과 조개 미역국을,
옆지기는 얼큰 소고기 미역국을 택했습니다.
며칠 전 미국으로 들어간 4년 차 부산살이 선배가 카톡으로 자기를 믿으라며 추천했던 가자미 미역국은 제외되었지만 밑반찬으로 가자미 구이가 나오긴 했습니다.

국물맛에서 쥔장의 다짐이 엿보입니다.
먹고 읽으면서 확인하는 미역의 장점들
전복이 두개나 들어간 미역국 뚝배기, 싹싹 비운 반찬 그릇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배가 든든함에도 불구하고,
식당 곁에 있는 전망 좋은 카페로 이동했는데,  
재밌게도 카페 이름이 윤카페(cafe yoon)입니다.
카푸치노와 티라미수, 그리고 파도가 출렁이는 비 내리는 바닷가는 덤으로 받은 생일 선물입니다.

비 내리는 바닷가의 파도와 책을 번갈아 바라보며 옆지기도 나도 책을 한 권 다 읽고 나서야 일어섰습니다.
점심시간 이후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카페 손님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려고...

아직 시니어가 되려면 일 년이 더 남아있지만 은퇴하길 잘했습니다.
매일매일이 생일이고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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