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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 성 요한 대성당으로 예배드리러 떠났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꼽히고 있지만 1892년에 시작된 건물은 여전히 지어지는 중이랍니다.
규모와 역사에 놀라면서 예배 후 오후 내내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늘 제사보다 젯밥이었는데 오늘은 예배가 우선입니다.
문제는 예배 시간이 10시 반인데 9시 반으로 착각해 아들 챈스까지 써서 급하게 갔기에 한 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쉿~ 아들에겐 비밀입니다.

덕분에 주변을 먼저 돌아보느라 바빴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조각공원엔 온갖 동물들이 귀엽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후 30분 여유에 길 건너 '헝가리안 카페'에 긴 줄을 보고 나도 그곳에서 커피를 마실까 하고 줄을 섰다가 커피도 마시지 못하고 예배시간도 늦었습니다.  
성당이라지만 예배를 함께 드리는데 지장은 크게 없었습니다.
스캇 신부님의 설교도 바돌로매 이야기로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귀한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목이 매콤했습니다.

예배 후에 웅장한 성당을 돌아보고 또 보다가 점심시간까지 놓쳤습니다.

판테온 신전처럼 천정에 구멍을 뚫을 계획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토록 큰 성당에 예배(미사)드리는 교인이 백명도 채 안되기도 했지만, 왠지 텅빈 느낌의 본당 기운은 뭘까요?

한쪽 구석엔 죽음을 기억하며 기억하는 멕시코 전통 장식도 보입니다. 

1966년 맨해튼 화재 때 희생된 12명의 소방관들을 기리는 기념비도 있습니다. 

유명한 시인들의 어록도 짧게 짧게 수록해 기념합니다. 

전체 모형도를 보니 지붕이 특별하게 십자가 모양으로 지어졌습니다.

10시반에 시작된 미사가 끝나고도 1시가 넘어서야 성당문을 나섰고 다시 헝가리안 카페에서 줄을 섰는데 도무지 줄이 줄지를 않아 포기하고 아쉬운 마음에 내부만 둘러봤습니다.
이 동네에서 커피와 빵이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는데...다시 가봐야 겠습니다. 

아침도 굶은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전쟁을 하기에 옆에 있는 식당에서 하와이안 포케를 먹었습니다.
대부분 배달을 해가고 홀에서는 나와 다른 여인 한 분뿐이었습니다.
맛이야 없을 수 없는 조합인 데다 배가 고프니 별점은 듬뿍 주었습니다.

포케 먹고 힘을 내 다시 성당 뒤쪽으로 가다가 벤치에 누운 홈리스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렇잖아도 예배 전에 성당 오른 쪽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는데...  
지극히 작은 자에게 행하는 베품이 곧 예수님께 행하는 거라는 교훈입니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 하늘을 찌르듯 솟은 성당 건물 뒤쪽엔 정원으로 통하는 바늘귀 같은 문도 있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정원에 앉아 잠시 묵상을 하고 떠났습니다.
가까이 있는 센트럴 파트에 잠깐 들르려는 길목에 ’ 조계사‘가 보입니다.
궁금해하며 바라보니 보살님인지 여인 한분이 다가와 들어가서 구경하라고 부추깁니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니 지하와 이층에 불상을 모셔놓고 함께 모여 기도도 하고 소원도 빈답니다.
쭈삣쭈삣 구경하는 내게 이번엔 보이차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곁에 계신 스님과 함께 찻상을 핍니다.
거기까지는 아닌듯해 공손하게 거절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에 그것도 맨해튼 한 가운데 한국의 조계사가 있습니다.

하늘과 호수가 하나가 된 재클린 호수에서 멍때리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성당과 절의 연기와 향이 코끝에 머물다가 집까지 따라온 기분이기에 온몸을 따뜻한 물로 오래도록 샤워를 하고 앉았더니 이안이가 오랜만의 반가움으로 포옥 안깁니다.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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