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번 주말엔...
돌싱녀는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떠났고,
토요일에 결혼 5주년을 맞이한 아들내외는 일일 데이트를 한다며 베비시팅을 요구했기에 이안이와 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체력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주일은 예배 후 집에 머물려고 했는데,
사돈댁 내외가 외손자를 보러 온답니다.
내가 있어도 문제는 없지만 진심인지 예의이지 모를 그들의 미안함을 피하려고 아이패드 하나만 꼴랑 챙겨 급하게 뉴욕행 버스를 탔습니다.
보통의 주일이었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었지만...
계획하지 않았던 뉴욕은 그래도 나를 반겨줍니다.
브라이언트 파크를 거쳐 뉴욕 도서관으로 가려는데,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공원과 주변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날은 포근했지만 공원 중앙엔 아이스 스케이트장이 개설되었고,

주변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니 틈새를 이용한 소매치기가 생겼는지 못 보던 사인도 군데군데 보입니다.

이 잘 생긴 고양이는 집사의 등에 업혀 주변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ㅋㅋ

떨어진 낙엽대신 울긋불긋 상가들이 반짝입니다.

느지막이 들어선 도서실에서 아이패드를 피니 4시가 넘었는데 5시에 문을 닫기에 잠깐 앉아서 글을 쓰는데 4시 35분에 직원이 나타나 5분 후에 내가 앉아 있던 솔로몬 방은 문을 닫는 답니다.

쫓겨나듯 도서관 문을 나서니 거리 관광버스도 크리스마스 옷을 입었습니다.  

도리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목에 조씨 아저씨 피자집에 줄이 장관입니다.
그다지 출출하진 않았지만 갑자기 피자가 먹고 싶어 줄에 합류를 했습니다.

기다림이 살짝 지칠 무렵 앞에 서있던 두 여인(필리핀 관광객)과 대화의 물꼬를 틉니다.
한 명은 간호사이고 한 명은 아이티 관련 일을 하는데 아이티여인이 암에 걸려 치료 중에 담당 간호사와 알게 되었고,
동갑내기인 그 둘은 여행이라는 공동의 관심사 덕에 서로 친구가 되어 그 이후 함께 여행을 시작했답니다.

이야기 꽃이 무르익자 우린 조씨 아저씨 피자 가게 안으로 들어섰고,
작은 가게는 창가와 벽의 앉는 좌석보다 서서 먹는 게 더 당연했는데 그나마 서서 먹는 자리까지 없어서 두리번거리는 내게 그 두 여인이 자신들의 자리를 쪼개주는 바람에 주문했던 피자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계산대 곁에 각 나라 지폐들이 낙서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천 원짜리 지폐가 보이기에 반가움에 찰칵~

한 개만 먹었어야 적당했는데 치즈도 시실리안도 먹고 싶어 두 개를 주문하고 대화하며 먹다 보니 크러스트까지 몽땅 먹었습니다.
뉴욕피자는 도우가 빵이기보다 과자에 가까워서 맛있나 봅니다.  

함께 피자를 먹는 동안 서로의, 아니 그녀들의 이야기는 깊어 갔습니다.
암을 겪고 나서 내일을 알 수 없는 인생이니 “더 늙기 전에” 여행을 하기로 했다며 10개월은 일하고 2개월은 여행을 시작했답니다.
작년 이맘때는 한국과 일본을 다녀왔다며 기억하는 모든 한국지명들을 되뇝니다.
타임스퀘어로 향하는 그녀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