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들이 혼자 와서 좋을 줄 알았더니 오히려 혼자 와서 힘들었습니다.
며느리와 같이 왔으면 둘이 다니면 되는데 매번 함께 동행하느라...
뉴욕 살면서 시카고에 뭐 그리 먹고 싶은 것이 많으신지...
도착하는 날 먹은 일본식 라면을 시작으로...
아침을 훈제 연어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먹고 중부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왕만두도 사고,
점심으로 차돌박이와 삼겹살을 구워 먹었습니다.
고기 싸먹던 명이나물은 너무 맛있다고, 와이프에게도 맛보여 주고 싶다기에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진공포장을 해 놓았습니다.
월요일에 가져가라고…

늦은 오후엔 한반도가 풍덩 빠진다는 미시간 호수에서 강바람을 실컷 쏘이다 왔습니다.
기온은 그다지 낮지 않았지만 호수 바람이 손을 시리게 했습니다.

저녁엔 안방극장에서 '기적'이라는 영화를 푹 빠져 감상하다가 출출해져서 집 앞 '슈퍼 덕'집에서 시카고 핫덕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고 시카고 핫덕은 여전히 맛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도 시카고 베이글 집에서 샌드위치를 먹었고,
샴버그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 '쉐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전채요리로 해물 트리오(새우 관자 해삼볶음)을,
본 요리로 구운 피킹덕(베이징 오리)과 짬뽕을 맛있어서 경쟁하듯 먹었습니다.
줄을 서서 먹는 유명한 식당은 이유가 있다고 우리끼리 입을 모았습니다.

식당 주차장이 모자라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 근처에 세웠기에 디저트로 그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오버 와이즈'... 유명한 아이스크림집이라고 듣기는 했었는데...
나는 아포가토를, 아들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맛있는거 맞습니다.
아포가토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뿌려서 먹는 건데...
맛을 본 아들도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 제일 맛있다고 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라일리에게 꼭 사주고 싶답니다.

맛나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며 먹는 것이 우리와는 다르게,
젊은 이들의 식사는 맛있으면 가격은 상관이 없나 봅니다.
나는 점심을 많이 먹어서 저녁은 그냥 지나고 싶은데,
아들은 궁금한지 집 근처 피자집에서 야식으로 이탈리아식 소고기 샌드위치를 주문해 먹습니다.
이것도 시카고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라며...
모양은 예쁘지 않아도 그레이비(au jus sauce)에 담가서 먹는 샌드위치 맛은 특별했습니다.

미처 못 먹은 시카고 음식들은 크리스마스 때 동생 내외와 함께 먹겠다고 양보(?) 해 줍니다.
토요일 아침엔 아들이 사준 스탠드 믹서에 반죽을 하고 오븐에서 바로 꺼낸 마늘 치즈빵으로 빵 자랑도 했습니다.
점심엔...
끝난 줄 알았던 먹방은 지인들과 함께 '불루휘시'에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아마도 나는 꽤 오랫동안 음식이 궁금하지 않을 듯합니다.

원래 아들의 방문 목적지가 우리 집이 아니었습니다.
주말에 가야하는 곳이 우리 집에서 2시간 반 떨어진 곳이었기에,
그래서 삼일 미리 이곳 공항으로 와서 머물다 간다기에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온통 현란한 음식들로 흔적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와서 반갑고 가니 더 반갑다'는 말은 누가 처음 썼는지 상 줘야 합니다.

'일상(Daily Bless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569. 참 자유  (2) 2021.11.17
568. 며눌님의 남편  (2) 2021.11.16
566. 미슐랭 음식 vs 집밥(쌈장)  (4) 2021.11.10
565. 다양한 하루  (6) 2021.11.09
564. 팬케이크 믹스로 만든 커피 빵  (4) 2021.11.0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