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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사람들은 속을 알 수 없어 그들의 성깔(성격의 색깔)은 잘 모르고 지냅니다.
그러나 매일 봐야 하고 함께 생활해야 하는 남편은 속이 많이 보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만 30여 년을 함께 살다 보니,
때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까지 알고는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도 서로는 서로를 잘 몰라준다고 서운하게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어제 오후엔 내가 무슨 질문을 했는데 자기 기준으로 대답을 하면서 제대로 못 알아듣는 내게 쌈닭처럼 달려듭니다.
남편은 무엇에든 진지해서 대부분의 생각이 모 아니면 도입니다.
보통은 "뭘 그렇게 화까지 내시나!" 하고 지나가는데 어제는 내 마음이 생각보다 무거웠나 봅니다.
예전엔 시비를 가리려고 따지기도 했지만 점차 더 많이 양보하고 더 나아가 기분이 안 좋을땐 침묵해 버립니다.
예전엔 그런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던 남편이 요즘은 "내가 울 마누라님께 뭘 잘못했구나!" 싶어 꼬리를 바로 내립니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저녁 온도는 때를 따라 내리는 가을비와 함께 몹시 차갑게 지나갔습니다.
37년 전 내게 없는 많은 걸 가진 남편이 좋아서 선택해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장성해서 각자의 가정을 이룬, 나를 닮은 아들과 남편을 닮은 딸과 함께 잘~살고 있습니다.
그 잘의 기준이 어디인지에 따라 내 기분이 하루에도 여러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이미 두어 시간이 지난 즈음에 남편은 어제 일과 상관없이 "굿모닝~" 인사를 합니다.
"일어난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 굿모닝이야~"어제의 여운으로 가시 돋친 대답을 합니다.
"일어나서 처음 보니 이제 굿모닝이지~" 알아듣게 설명을 합니다.
이런~ 쌈닭이 남편인 줄 알았는데 나였습니다 ㅉㅉ
어젯밤에 찾아온 가을비가 아침에 봄비로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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