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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주일 오후 혼자서 브루클린 꽃동산(Brooklyn Botanic Garden)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곳을 혼자서?
하루 종일 비 소식이 있었고 편하게 내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싶어서...

봄 꽃 시즌에 컬춰패스(공짜 입장)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아마도 비가 온다는 소식에 누군가가 패스를 최소 해서 내게 기회가 왔나 봅니다.
그래서 나는 비가 오는 걸 오히려 감사해야 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철쭉인지 진달래인지 그 빛이 너무도 화려합니다.

마치 가나안에서 온 듯한 등나무 꽃은 정말 풍성합니다.  

유태인 가족의 나들이도 평화롭습니다.

1시에 예고된 비가 조금의 오차도 없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라일락 동산에선 한 마리 새(Red Robin)가 비를 피하는 대신 내리는 비로 목을 축입니다.
덕분에 기다려 주면서 라일락 향을 맡습니다.
지나가는 젊은 커플도 그 향을 거부하지 않고 머뭅니다.

브루클린 꽃동산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겹벛꽃으로 유명한 곳이랍니다.
다만 지난 주가 피크였고 더욱이 지난밤의 거친 폭풍으로 꽃잎이 우수수 떨어진 것이 아쉬웠습니다. 

겹벚꽃을 즈려밟고 지나니 이번엔 일본 가든이 나옵니다.
홑벚꽃은 이미 지났을 테지만 그래도 들러보니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다른 계절의 정서가 있습니다.
입구 지붕에서 비를 피하는 듯한 애기 엄마를 지납니다.

벚꽃 없는 일본 가든을 벗어나니 이번엔 목련이 기다립니다.

작약과 목련의 화려함에 취해있는데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이 들립니다.
1시 반부터 꽃만큼 현란한 삼바를 선보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흥에 나의 흥을 더합니다.  

삼바의 흥에 오래 머물지 않고 지나치니 비밀의 정원 같은 문이 열려있습니다.  

눈썹이 미국사람들처럼 기다란 미국산 진달래가 마치 함께 모여 사는 다양한 인종마냥 옹기종기 하나 되어 피어있습니다.

별똥별꽃들도 자기의 모습을 뽐냅니다.

손톱만 한 히말라야 인디고 꽃은 귀여운데 질소고정식물이기도 하답니다.
비료를 스스로 만들어 스스로와 이웃 식물에게 영양분을 주는 유익한 식물!

한 여름에 연꽃잎을 피우는 연못가의 튤립은 모두 졌는 줄 알았더니 저만치 비를 잔뜩 머금고 나를 기다려준 고마운 튤립들이 있습니다.

이미 진 줄 알았던 목련은 늦은 봄과  너무 이른 여름이 아쉬운 듯 여전히 꽃을 피웁니다.  

보라색이 이쁜 부추과 꽃송이도 탐스럽습니다.

우산이 버거운 아가야 까꿍~

광장을 뒤로하고 나서는 길목에 무지하게 큰 아름들이 나무의 전체를 담아보려고 한참 뒷걸음을 치다가 앗~ 나무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커플이 있습니다.

다가가 인종은 묻지 않았으나 일본 코스프레로 마치 동화 속에서 나온듯한 이 커플(?)이 귀엽습니다.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으면서 나도 잠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곤 녹차밭 같은 스페니쉬 블루벨 벌판 속을 거닐면서도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다른 길목으로 나오니 그곳엔 하얀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활짝 핀 포토존 벤치가 있습니다.
포토존인데...
유태인 아저씨는 부인을 찍어주는데...

부모님의 사진을 찍어드리는 아들인지 사위인지 모두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보여 용감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진을 그 가족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나가고 또 다른 사람들은 들어오고...

여름 꽃 필 즈음 봄꽃은 지고...

꽃은 아름답게 피고 지고, 우리 인생도 그렇게 오고 가고...

작년 여름에 다녀온 브룩클린 보태닉 가든~

 

88. 비교 당한 부르클린 꽃동산 Brooklyn Botanic Garden(감사 888)

꽃이 좋아 시카고에 사는 동안 시카고 보태닉 가든을 멤버로 등록해 시간이 날 때마다 방문했습니다.철철이 달라지는 꽃들과 환경에 감동하면서...뉴욕에도 꽃동산이 여러 개 있다기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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