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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과 경찰서 등등 관공서들이 위치해 있는 우리 동네 타운에 커다란 호수가 있습니다.
아스팔트로 호수 주변길을 잘 만들어 놔서 요즘같이 눈 녹고 비온 후의 질척이는 숲속 트레일보다는 걷기에 좋아 거의 매일 그 곳에 갑니다.
그 호숫가에 터줏대감 처럼 갈매기떼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봄 기운이 시작되면서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로 미처 녹지 못한 꽁꽁 언 호숫가의 얼음 위에서도 살았습니다.
날이 풀리고 호수의 얼음이 모두 녹아 내리자 갈매기떼는 호숫가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어디에서 겨울을 지내고 나타났는지 청동오리 떼가 모여 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숫자가 많지 않은 거위들이 모두 쌍쌍이 사이좋게 풀을 뜯어 먹으면서 다닙니다.
떠날 즈음엔 떼지어 다녔는데 봄에는 모두 쌍쌍이 다닙니다.
저러다 새끼를 낳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한 가족이 작은 무리가 될 것입니다.
작년에 하찮게 여기던 거위들에 대해 공부한 후 그들의 움직임이 모두 신기합니다.
한 마리가 홀로 있으면 상처한 거위인가 보다...라며 시나리오를 쓰기도 합니다.
호수 한 쪽에 한 쌍의 거위가 평화롭게 노닐다가 이웃 동네에서 날아오는 거위가 내려 앉자 영역 싸움이 시작됩니다.
서로 꽥꽥거리며 긴 목을 내밀고 쫒기고 쫒더니 각자의 장소에서 분을 삭히는 모습이 너무 재밌어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자기 성질에 못이겨 얼굴을 물속에 푹 담갔다가 꺼내기도 하고 날개를 활짝 펴서 파다닥 거리기도 합니다.
한참을 구경하면서 호수가 넓은데 사이좋게 지내지...싶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영역 싸움도 하나님께서 바라 보시면 저런 모습일지도 모를거라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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