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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wing time
드디어 우리 집이 인터넷 부동산 시장에 올라갔습니다.
혼자 해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과연 혼자 할 수 있을까?
1% 주고 redfin이나 zillow에 맡길까?
그냥 브로커에게 맡길까?
미심쩍은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했지만,
어차피 청소와 준비는 모두 내가 해야 하기에,
혼자 해보고 안되면 맡기자는 맘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침 같은 단지에 우리와 똑같은 집이 마켓에 나와 있어 서류 작업은 컨닝을 하고 byownerflatmls.com을 통해 리스팅에 성공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엔 브로커만 리스팅을 할 수 있기에 그 권한을 그 회사에 189불을 주고 산 후 거기서 제공하는 양식에 따라 작성해서 올렸습니다.  
이제 바로 웬만한 곳에는 모두 올라간다니 그저 신기합니다.
(참고로, 바이어는 브로커 비용이 없고 셀러가 셀러와 바이어 양쪽 브로커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에 아예 혼자 하는 건 아닌 셈입니다.
고로, FSBO를 해도 바이어의 브로커 비용을 내가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혹시 바이어가 브로커 없이 나타나면 법률절차비용만 지불하면 되니 비용은 더 절감되기도 한답니다. )
https://www.zillow.com/homedetails/48-Grey-Wolf-Dr-Wheeling-IL-60090/332932014_zpid/?utm_campaign=iosappmessage&utm_medium=referral&utm_source=txtshare

그런데 리스팅에 올라가자마자 브로커에게서 집을 보여 달라는 연락이 옵니다.
그것도 하루에 3건이나...
헐~ 갑자기 서류준비하던 사무실 직원 모드에서 청소 직원 모드로 전환되었습니다.
대충 눈가림 청소를 하고 그동안 자선단체(good will)에 보내려고 쌓아 놓았던 물건들을 휘리릭 전달했습니다.
3년 전 이사 오면서 나름 정리를 했고 그 이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보이는 대로 없애면서 살았는데 여전히 처리해야 할 물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뭐든 버리는 걸 싫어하는 옆지기의 생활 반경이 문제입니다.
이 기회에 그의 물건들을 아낌없이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평소엔 구시렁거리던 그가 그저 내 눈치만 봅니다.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게 미안한지 오늘 아침엔 집을 나서며 거라지의  쓰레기통과 리사이클통을 내놓습니다.
자원한 건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ㅋㅋㅋ

오늘 오후 12시에 첫 바이어 후보가 집을 보러 온다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 12시 Showing
마침 그 시간에 옆지기는 지난 1년 동안 고생했던 치아 교정을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무슨 일이든 혼자 해오던 내게 바이어를 맞이하는 게 아무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험한 세상이니 조심은 해야겠지요.
제시간에 처음 온 브로커는 인도 사람이고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습니다 ㅋㅋ
함께 온 바이어 후보는 아주 젊은 남미계통의 신혼부부인데 여기저기 신기하게 돌아보는 모습이 아마도 처음 집을 사는 모양입니다.
우리 집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2시 반 showing
치과에서 1시가 넘게 집에 온 옆지기와 점심도 먹고 필요한 물건(때마침 나간 전구)도 살 겸 코스코엘 갔다가 허겁지겁 시간에 맞춰 집으로 오는 중,
이미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일단 리모트로 거라지를 열어줬지만 집에는 비슷한 시간에 들어섰습니다.
이번엔 아주 상냥한 여자 브로커이고,
돌이 좀 지나 보이는 남자 아기와 부부가 함께 왔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학군이 좋은 지역이 아니어선지 어린 아기를 둔 젊은이들이 주 고객입니다 ㅋㅋ
그냥 봐도 신 벗어야 하는 분위기인데 벗어야 하냐고 묻는 건 안 벗고 싶다는 것일 테니 맘대로 하라고 했더니 진짜 신을 신은채 저벅저벅 다닙니다 ㅜㅜ
맘에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러니하게 신을 신고 다닌 사람이 집이 깨끗해서 좋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납니다.

떠나고 난 뒤 청소기를 돌려야 하는 건 내 몫입니다 ㅠㅠ
그런데 우리 집 무선 다이슨 청소기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자꾸 돌아가십니다.
급한 김에 옆집에 sos를 했는데 그 집 무선 청소기는 다이슨 최신 버전이어서 힘이 좋습니다.
두 개가 있으니 당분간 쓰라고 했지만 바로 돌려드렸습니다.
코스코에서 들여다본 최신 다이슨 청소기가 100불을 디스카운트해줘도 400불입니다.
앞으로 쓸 날이 고작 2-3 달뿐인데...
가격이 저렴한 유선 청소기를 살까...
살짝 망설이다 일단 그냥 왔습니다.
뭔가를 결정하는 게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쉬운 일이 아닙니다.

* 6시 showing
오기로 한 브로커에게서 30분 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바이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30분쯤 늦어도 괜찮겠냐고...
또 막연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젊은 브로커와 함께 온 바이어는 좀 전의 사람들보다 더 어린 아기를 안고 들어섭니다.  
집을 보러 다니느라 친척집에 맡겼던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졌다며 이마에 커다란 혹을 달고 나타났습니다 ㅜㅜ
그런데 이들은 재정적으로 힘든지 집 보는 것은 둘째고 융자시 내야 하는 금액과 세금, 그리고 hoa 등등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금액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아마 이 젊은 부부는 바이어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집 구경을 하다가 일층에서 일을 하던 옆지기에게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알고 대답할지 그냥 놔두려는데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들리기도 합니다 ㅋㅋ
그들은 집 앞 게스트 파킹장에서 한참 동안 대화를 하다가 떠났습니다.  

그렇게 세 번째 바이어 후보가 돌아가고 그제야 우린 숨통이 트여 저녁으로 타이완 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가능하면 당분간 한국음식이 먹고 싶으면 식당으로 가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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