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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표현하는 감사(감사 670)

매일 감사 2023. 9. 14. 01:23

살면서 모든 감사를 다 표현하진 못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표현하며 살고 싶습니다.
소꿉친구의 말이 생각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감사한들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감사표시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1
어제는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대한민국 영사관엘 다녀왔습니다.
거소증 신청 접수를 미국에서 하기 위해 허겁지겁 발급받은 해외동포 비자(F4)를 픽업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그 와중에 천사의 날개를 달았습니다.
내가 아끼던 부엌 물건을 4가지나 구매한 어떤 젊은이가 가지러 오겠다는데,
자기 집이 시카고 다운타운 근처라서 세일전에 미리 어제저녁쯤 가지러 오면 안 되냐고 부탁합니다.
어제가 마침 우리가 시카고 다운타운에 가야 하는 날인데...
그 상황에서 오지랖이 발동해,
내가 마침 시카고 다운타운에 가는데 그녀가 원하면 배달해 주겠노라고,
그녀는 너무 좋아했지만 옆지기의 얼굴은 ‘이 양반이 또 무슨 쓸데없는 오지랖을 떠나 ‘ 싶은 표정입니다.
그 오지랖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스탠드 믹서와 더치 오븐을 구매했으니 ’혹시 사워도우 빵을 굽느냐 ‘ 물었고,
’ 그렇다 ‘는 대답에 내가 직접 만들어서 냉동고에 보관 중이던 천연발효종 가루까지 선물로 전해 주기로 했습니다.
옆지기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그러기나 말기나~
그런데 재밌는 것이 생겼습니다.
내비게이션(waze)이 시카고 거의 도착할 즈음 평소에 우리가 가던 길이 아닌 로컬길로 인도했습니다.
아마도 하이웨이는 트래픽이 심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원래는 다운타운에서 우리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물건을 전해주려고 했었는데,
우리가 가던 그 로컬 길목에 그들의 집이 위치해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 내려 줄 수 있었습니다.
어째 이런 일이...
미국인 흑인 아닌 아프리카인 흑인과 동양인 같은 남미인 여자가 마중을 나와 고맙다고 고맙다고 몇 번을 감사합니다.
아까운 내 살림을 좋은 사람들에게 넘긴듯해 감사했습니다.

#2
물건을 전달하고 출발해 영사관으로 가던 중 신청하고 기다리던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office)에서 전화가 옵니다.
우리가 신청한 사회보장 연금이 승인이 나서 11월부터 입금이 될 거라고,
그리고 그 연금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매달 울 통장에 입금될 거라고 문외한인 우리에게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그러다가 무슨 이유인지 내가 신청한 연금이 먼저 승인이 났고 그래서 내게는 9,10월 두 달 치를 내 기록으로 받다가 11월부터는 옆지기 연금에 의해 조금 더 받게 될 거랍니다.
사실 이 제도(따로, 같이 받는 연금)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2015녀부터 없어졌고,
그래서 한번 신청하면 바꿀 수가 없다기에 나는 62세부터 받으려다가 지금 같이 신청한 건데...
이래서 세상의 ‘카더라’는 믿을 수 없는 건가 봅니다.
그게 팩트면 62세부터 받았을 거고 많지는 않지만 용돈의 여유가 있었을 텐데... 싶어 아쉬웠습니다.
갑자기 두 달치를 선물로 받은 감사는 사라지고 일 년을 잃어버린 기분에 잠깐 괘씸한 요나가 되었습니다.
그걸 아쉬워하는 내게 의심쟁이 옆지기가 그 사람들이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라며 11월부터 내게 뭔가 손해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딴지를 겁니다.
네네네~
그런 그의 태도 때문에 그가 받을 복을 내가 받아 누리기도 합니다.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니 누가 받든 그건 문제가 아니고 지금은 작지만 뭐든 받아 누릴 수 있는 그것이 감사입니다.  

#3
영사관 근처에 도착해서는 오래 머물 것이 아니기에 스트리트 파킹을 하려 하는데 워낙 대한민국 영사관이 시카고 다운타운의 요지에 위치했기에 가까이에 파킹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런데 마침 영사관 건물 바로 옆에 눈먼 자리가 있어서  눈뜬 우리가 파킹할 수 있었습니다.
천사의 날개를 벗었더니 누군가의 날개아래 도움을 받습니다.

구름 날개^^

영사관에서 쉽게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번에 비자를 급하게 신청해 발급받느라 영사관직원(ms. 임)과 통화를 많이 했습니다.
순회 서비스를 나왔을 때도 필요한 조언도 해주었고,
매번 전화를 걸 때마다 너무도 상냥하게 설명을 해줘서 고마왔기에 땡큐카드와 내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컵받침 꽃바구니를 건네어주며 감사했습니다.
뇌물 금지라며 거절하는 그녀에게는 감사카드라며 건네준 선물을 받은 그녀의 홍조가 된 얼굴을 보는 것도 감사였습니다.

NBC 건물에 위치한 대한민국 영사관 입구

#4
시카고를 떠나기 전에 꼭 들러야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마운트 프로스팩트에 위치한 초당 순두부집인데 마침 돌아오는 길목에 있었고 트래픽도 순조로워 들렀는데,
이런~
만나야 할 쥔장이 3년 만에 처음 땡땡이치는 날이랍니다 ㅋㅋ
쥔장 내외는 은퇴를 하고 일터에서 떠나려는데 이 식당이 그들에게 그냥 굴러들어 와서 시작했는데,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랍니다.
내가 없을 때 옆지기는 다녀왔지만 쥔장은 매주일 나를 볼 때마다 한번 다녀가라고 조르던 분이었기에 들렀는데...

쥔장에게 반찬배열을 ’빨노빨초‘로 하라고 오지랖같은 피드백도 추가했습니다.
쥔장의 필살기 비빔냉면 소스는 정말 일품입니다.

어쨌거나 조용히 옆지기는 순두부를 나는 비빔냉면(여자 쥔장의 강력추천 메뉴)을 먹고 돈을 내려하니 종업원이 사장님이 결재했다며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연락이 와서 더 맛있는걸 더 많이 대접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합니다.
마음의 빚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덕분에 종업원에게 후한 팁을 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5
영사관 일 때문에 요청받은 점심 약속을 거절했던 지인이 그럼 언제든지 집에서 먹으라며 음식 배달을 해줍니다.
도가니탕과 낙지볶음을...
덕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옆지기와 뒤뜰 식탁에서 시원한 가을바람을 벗 삼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멍멍이소리, 가을 벌래 우는 소리, 지나가는 비행기소리 모두 감사했습니다.  


#6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먹다 보니 깜빡한 일이...
매주 화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에 나의 스트레칭 선생님인 캐럴에게 주려던 땡큐카드와 컵받침 꽃바구니 전달하려던 걸...
어제저녁이 아니면 못 만나겠기에 마지막 클래스를 가려고 벼르다가 잊었습니다.
클래스 마치는 시간에라도 가서 캐럴에게 선물을 주려고 서둘러 집을 나섰고,
그동안 내게 많은 영향력을 미쳤던 그녀와 평소보다 더 찐한 허그를 하고 서로 감사하며 헤어졌습니다.
‘뭐 그런 거까지 챙기나’ 싶은 옆지기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서로 연락처는 모르니 거기까지였지만...
그건 그녀와 나를 위한 감사의 표현이었습니다.

복합상가 곁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가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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