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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떠남의 전주곡(감사 671)

매일 감사 2023. 9. 25. 12:22

* 집 매매
집을 파는 사람이 파는 부동산 수수료와 사는 부동산 수수료까지 내야 하는 이곳 시스템 때문에 집 매매가격의 5-6%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아까워서 시작했던 직접 매매(FSBO)를 처음이지만 얼떨결에 끝냈습니다.
브로커 이름 사용료를 지불한 후 인터넷에 올리고,
오퍼를 받아 인스펙션을 한 후 크로징을 하기까지 2달여 동안 여기저기 브로커 지인 챈스를 써가며...
그렇게 절약해서 모은 자금으로 한국에서 전세자금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FSBO 를 도울 수 있는데...

* 무빙 세일
이곳 새 집으로 이사 온 지 4년이 채 안되었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구입해서 살았고,
비싼 물건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새 물건이었기에,
그냥 기증하긴 아까워 일단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무빙 세일 사이트에 올려 지난 금, 토요일에 거의 모든 물건들을 처리했습니다.

늦게 온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

피곤했지만 그 과정 중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세일 중 새 물건 외에도 추억이 깃들어 있는 선물들은 없애기 힘들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중에 지인이 폴란드에서 사다준 커블 머그잔은 20여 년을 잘 쓰던 물건이기에 팔리면 좋고 아니면 한국행 옷가지 속에 넣어서 가져가려는 마음으로 비싼 가격에 올려놨는데 구매자가 나타났습니다.

폴란드계 유태인 할머니가 사고 싶어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세일기간 중 올 수가 없다며 아쉬워하기에 내가 배달을 해준다고 했더니 사시는 곳이 너무 멀어 배달 취소를 하니 할머니가 직접 한 시간 반이 넘게 운전을 하고 오셨습니다.
왕복 세 시간을 ㅜㅜ

그만큼 그녀에겐 귀한 물건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미 세일이 모두 끝난 때였기에 거실에서 서로의 호구조사까지 하며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물건은 이제 그녀의 소중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물건값을 사진으로 대신했습니다.

옆지기의 골프채 가방과 골프채도 어떤 할아버지가 가격을 묻기에 그냥 드리기도 했으니,
물건을 없애는데 목적이 있었던 거 맞습니다.

* 뒤쳐진 만남
이미 만남을 마무리했는데 아직도 그냥 보낼 수 없는 분이 계셔서...
덕분에 아직 가보지 않은 설렁탕(claypot) 맛을 보여주셨고 여전히 아쉬워하시며 당신 집 뒤뜰 가든에서 차를 마시자고 하셔서 그것도 뿌리치지 못하고...

7개월 전 와이프를 먼저 보낸 지인은 아직 부인의 숨결이 담긴 물건들을 버리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정원도 그분이 부인을 위해서 가꾸시던 것이기에 여전히 가꾸며 부인을 추모한다는...
오래 기억에 남는 남의 편입니다.

* 마침내
4년이 다 되어 가도록 식사 한번 하지 못했던 옆집 내외와 드디어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옆집 여자는 글루텐 프리를 드셔야 하고 옆집 남자는 당뇨가 심해 식당 선택권이 많지 않기에 좀 싼 곳이긴 했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골든코랄에서...
다행히 관계의 매듭을 짓듯 마지막 식사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먹은 내가 좋아하는 스페니쉬 츄러스와 초코 시럽 ㅋㅋ

* 숨은 천사
다른 교회 교인이지만 지난 4년 동안 몰래(?) 울 교회 새벽기도를 함께하던 두 기도의 용사가 우리가 떠난다는 소식에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새벽기도 후 함께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 식당 가는 길의 여명의 하늘이 장관입니다.

새로운 곳일지라도 아침 식당이야 거기서 거기였지만,
그곳에서 그 두 분이 왜 기도의 용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지난 세월의 흔적은 듣는 것만도 아픔과 기쁨이었습니다.
인생이 씨줄과 날줄의 엮임이라지만 어떻게 그렇게 극과 극의 상황에 처할 수 있는지...ㅜㅜ
그래서 그 두 분은 더 하나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 두 분은 하나님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가는 앞 길을 축복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울 아이들의 문제까지 함께 안고 중보 해주시니 너무도 감사할 뿐입니다.  

* 마지막 예배
옆지기는 하나님이 우리 인생드라마의 저자라는 고백이 담긴 내용으로 마지막 설교를 했습니다.  
은퇴전날 선물로 찾아온 손자 이안이의 생일을 공개적으로 소개도 하고...

그리고 형식을 좋아하지 않는 옆지기가 간단한 은퇴식을 원했기에,
아니 은퇴식이라기보다는 마지막 예배라고 명명했는데,
보내는 분들은 짧은 기간이라고 그렇게 보낼 수 없었는지 이런저런 형식으로 축복을 받았습니다.

축복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우리는 3년 9개월의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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