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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는 아들네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산장 같은 딸네 농장집으로 가기 위해 떠나는 날입니다.
그것도 병원에 입원 중인 가여운 이안이를 돌보느라 정신없는 아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을 안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보고 싶은 라일리를 만나러 갑니다.

공항 길목에 누구든 쳐도되는 피아노에 여행객이 크리스마스 개롤을 연주합니다.

* 가여운 이안이...
5일 동안 이안이를 괴롭히던 고열의 정체가 ’ 가와사키‘라는 요상하고 이상한 이름의 병이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 고열이 시작되었지만 원래 15개월 정기 검진이 이틀 후인 금요일에 있었기에 타이레놀로 다스리다가 금요일에 병원엘 갔고,
주치의는 눈코입 검사를 하더니 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서 열 내리기만을 기다렸는데,
열은 점점 더 심해졌고 먹보이던 아기가 아예 물조차 거부해서 결국 월요일에 다시 병원을 찾았고,
주치의는 휴가 중이기에 다른 의사가 보더니 바로 해킨섹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랍니다.
연말의 응급실은 만원이었고 병실조차 없어 복도에서 칸막이를 하고 피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랜 검사와 빠르지 않은 과정으로 자정이 다되어 결과를 받았는데 그 병명이 ‘가와사키’랍니다.
영유아에게 많이 걸리지만 여전히 희귀한(1/10000) 이 병은 의학계에서는 아직도 왜 걸리는지 조차 모르지만,
이안이처럼 초기에 발견되면 치료가 수월하다고 하니 감사할 뿐입니다.
아들내외는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태어나면서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어선지,  
할머니들과 외할아버지보다는 여유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친할아버지는 예수님의 부모가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님을 케어하듯 아들내외는 이안이를 병원에서 케어한다는 해석을...
어쨌든 상황은 정리가 되어서 어제오늘 8시간 치료하는 약물을 투여했고,
내일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퇴원할지 병원에 더 머물게 될지 결정을 한답니다.

세상을 정복할 것 같은 인간의 용맹함이 때로 작은 병마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내가 지금 붙잡고 있는 것이 참으로 헛됨을...

* 절망에서 희망으로...
병원 들어설 땐 정신이 없어 못 봤던, 어린이 응급실 옆 건물인 여성병원 앞 조각물이 눈에 띕니다.
쓰러져 있는 여성인 줄 알았더니,

꽃과 씨를 심는 여성이었습니다.
희망을 주는 메시지임을...

* 보고 싶은 라일리...
성장 호르몬이 넘치는 듯 쑥쑥 자라는 라일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나타나려고 저녁 늦은 비행기표를 사서
라일리가 잠든 시간에 도착해 크리스마스날 짠하고 나타날 계획으로 딸과 입을 모았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들키지 않았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를 만나 놀랄 모습에 기분이 설렙니다.
선물은 사도 사도 끝이 없지만 그래도 뭔가 자꾸 사주고 싶은 할머니의 속마음을 알 까나~
일주일 동안 라일리와 흘러간 지난 시간들과 또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모두 모아 함께 요리해서 맛난 즐거움을 실컷 먹다 올 계획입니다.

라일리는 할머니가 오는줄도 모르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입을 옷을 준비해놓고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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