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목요일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경남 아너스빌 주민이 되었습니다.  
공동현관을 함께 사용하는 옆집과 바로 위층 이웃에게 예쁜 카드와 가벼운 선물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옆집은 혹시 우리가 집을 비울 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윗집은 혹시 층간 소음을 조금이라도 절제해 주기를 바라는 흑심이 가득한 뇌물인지도 모릅니다.
이사를 하고 텅 빈 집안에 기본 살림을 채우느라 박스와 비닐 등 재활용품이 베란다에 가득합니다.
수요일 저녁 5시부터 목요일 오전 11시까지 재활용을 내놓는 날이기에 여유 있게 목요일 이른 아침에 바리바리 들고나갔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물론 거주민이 600세대라고는 하지만...
비록 새 살림을 차리느라 거기에 일조, 아니 10조는 하긴 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재활용의 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긴 강요와 제재가 없는 미국에서의 재활용은 애교였습니다.  
대단한 대한민국입니다.

* 금요일
이틀 연이어 아이케아(아직도 불편한 이케아)를 주름잡으며 다니다 보니 저녁때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다 보니 우리 아파트 건너편에 장이 선듯합니다.  
물건을 내려놓고 컴퓨터와 일체가 된 옆지기를 설득해 나가 보니 종합백화점입니다.
이미 아침부터 시작해 문들을 닫는 분위기였지만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사면서 내 최애 간식거리인 강냉이도 한 봉투 챙겼습니다.
참새(옆지기)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분식 코너에서 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튀김으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초딩들과 함께 ㅋㅋ
분식 포장마차 쥔장인 부부가 우리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여 멋쩍기도 했습니다.

* 토요일
일주일 만에 언니들이 왔습니다.  
엄마가 딸네 방문하듯이 김치와 반찬들 또 필요한 물건들을 보듬어 안고,
게다가 둘째 언니 동네에서 막 튀겨낸 강냉이까지 잊지 않고 챙겨 오셨습니다.
어제 내가 산 것까지 더하니 갑자기 강냉이 부자가 되었습니다.
날이 푹해 용인 민속촌엘 놀러 갈까... 하다 높은 입장료가 놀이동산을 위한 것이기에 그냥 집에서 쉬다가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수다도 노동인양 6시가 되기도 전에 우린 모두 배가 고팠습니다.
옆지기는 세 자매의 입김이 두려운 듯 점심 핑계 대고 저녁식사엔 동행하지 않기에 포장을 해주기로 하고 우리끼리 다녀왔습니다.
SNS에 맛있는 집으로 ‘누구나 홀딱 반한 닭’ 집이 제일 먼저 올라오기에 먹어보니 홀딱은 아니지만 반할만합니다.  

저녁 장사만 해선지 6시 즈음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첫 손님이었습니다.
홀은 천천히 채워졌지만 배달하는 ‘쿠팡이츠’ 알림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바비큐 치킨도 맛있었지만 파채와 날치알 그리고 다양한 양념이 맛과 향을 제대로 채워줍니다.
5점 만점에 4.5점입니다.  

전에 부산 태화반점에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시켜 먹었던 실수를 교훈 삼아 이번엔 셋이서 세 메뉴를 코스요리처럼 시켜 먹었는데,  
내겐 처음이지만 언니들은 익숙한 뼈 없는 닭발요리도 시켰습니다.
콜라겐... 을 엄청 많이 섭취했습니다.

음식의 마무리는 뜨끈한 국물과 탄수화물입니다.
해물 짬뽕면으로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야 포만감에 잊고 있었던 옆지기 메뉴를 하나 주문해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잘고 갈까 그냥 갈까 잎사귀를 떼어 내다가 마지막 잎새는 그냥 갈까로 결정되어 밤에 떠나셨습니다.  

* 주일
전날 밤 투고해준 음식(2인분)을 생각 없이 다 먹어치운 옆지기는 아침엔 굶겠다기에 혼자 건강식(샐러드와 어니언 수프)을 우리 거실 창가에서 우아하게~

오늘은 분당 우리 교회로 예배자의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쓰나미처럼 올라가는 인파를 따라 들어섰는데 우리 앞에서 본당이 차서 체육관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ㅜㅜ
주차장이 부족하다기에 왕복 2시간 걸리는 대중교통으로 갔는데 말입니다.
삶 속에서 세상의 언어가 아닌 ’ 복음의 언어‘를 쓰며 살라는 간절한 선포를 가슴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추운 것도 아닌데 언 땅에 비가 내리니 보행길이 빙판입니다.
아파트 관리실 스피커에서 빙판길 조심하라는 안내가 계속 흘러나옵니다.
가족들도 이웃들도 모두 안전하길 소원합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