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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
기흥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일입니다.
이상하게 우리가 올라오면 날씨가 혹독해집니다.
게다가 어젯밤엔 눈까지 와서 영하 10도 가까이 내려가니 더 겨울 모드입니다.
부산은 따뜻하고 전국에 눈이 안 오는 유일한 곳이라는데...
내가 부산을 너무 좋아해서 날씨가 샘을 내나 봅니다.
하긴 시카고의 추위에 비하면 절대 추운 게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나의 기준이 해운대가 되어 비교합니다 ㅋ

* 음식
기흥에 도착해서 첫날 집 주변에 식당을 찾으니 학교 주변이어선지 분식집과 빵집이 많습니다.  
전에 갔던 쌀국숫집과 집밥집을 제외하니 갈 곳은 분식집뿐입니다.
우리 아파트가 복잡한 상점에서 벗어난 숲세권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부산은 문 앞만 나서면 음식점이었는데...
신기해서 들어가 본 ‘신전 떡볶이’ 집,
순한 맛조차 매워서 세트메뉴로 나오는 쿨피스 1리터를 둘이서 몽땅 마시고 나왔습니다 ㅋㅋ

참, 해운대 해변에서 기적적으로 만난 캐나다에서 역이민 온 선배 내외와 이별(?)을 하려고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떠나는 사람이 대접하겠노라고 식당을 선택하시라고 했더니 용호동의 ‘태화반점’엘 가보고 싶다 하십니다.
맛집이라고는 하지만 그 선배님네는 중국음식을 좋아하십니다.
중국요리가 거기서 거기려니 했는데 만두와 마파두부도 그리고 양장피와 유니짜장까지 그 집만의 특별한 향과 맛이 있습니다.
극적으로 만났지만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기약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 주문과 배달
헌 집을 조금 수리하니 새집(?)이 되었습니다.
모두 버리고 와서 모두 사야 하니 쿠팡과 이마트에 좋은 고객이 되었습니다.
가스는 우리가 연결해야 한다 해서 연락하니 주말엔 바쁘고 월요일이나 되어야 한답니다.
첫날은 얼떨결에 지났지만 이튿날엔...
그래서 시작된 주문모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급한 대로 전자레인지를 주문했습니다.
새벽에 주문했고 담날 배달해 준다고 했는데 당일에 도착합니다.
주문이 마치 동네 마트에 가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누군가의 수고로 우린 호사를 누리지만 미국에선 언감생심입니다.

* IT
셋째 언니네 맡겨놓은 이민가방을 가지러 경기도(기흥)에서 서울을 거쳐 다시 경기도(남양주)로 다녀왔습니다.
같은 경기도인데 서울을 거쳐가야 하니 예전에 재밌게 봤던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가 떠오릅니다.
언니가 혼자 가지고 온다는 걸 무겁기도 하고 동무가 되어주려고 대중교통을 타고 가서 같이 오려고...
전날 핸드폰 충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보조 배터리를 가지고 갔는데,
광역버스를 타고 보니 충전할 수 있는 모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나의 긴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해 준 선물입니다.  

갈아탄 지하철 공익광고에 인생곡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스테이지 4인 나의 모습을 잠시 바라봤습니다.
잘 늙어가고 싶습니다.

짐이 생각보다 무거워 내가 가길 잘했습니다.
짐을 부리고 고마운 언니와 전에 정신없이 먹어서 맛을 제대로 못 봤던 ‘금빛 고등어’ 집엘 다시 가서 따뜻한 동태찌개와 함께 고등어구이를 먹었습니다.
주변을 조금 벗어나면 식당이 많이 있습니다 ㅋㅋ
언니가 천천히 가려 했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해 언니는 부지런히 떠났지만,
다시 오셔야 할 이유가 열 가지도 넘으니 괜찮습니다.
미처 가져오지 못한 물건들도 있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울 언니표 김장 김치 ㅋㅋ

* 노 브랜드
한국의 명품사랑을 시위라도 하듯 이마트에 자리 잡은 ‘노 브랜드’엔 다이소처럼 뭐든 다 있습니다.
가격은 거의 반값이지만 먹고 쓰는데 전혀 어려움 없는...
핸드드립 커피와 간식, 화장지와 세제를 사 왔습니다.
순하긴 하지만 커피도 과자도 오십 보 백보입니다.  
한국사람의 커피 사랑이 좀 특별하긴 하지만...
이 기회에 명품 아닌 물건의 본질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그동안은 미국과 한국을 비교했는데 이제는 부산과 수도권을 비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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