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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은퇴 서곡-prelude(감사 683)

매일 감사 2023. 10. 18. 07:47

은퇴했지만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여전히 전주곡입니다.
한국에 도착해서 장착하기까지는...

* 시카고 다운타운
4년 동안 시카고 근교에 살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즐거이 여행했던 시카고 다운타운을 이번엔 분실한 여권을 재발급받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8시에 접수했는데 6시간 후인 2시에 픽업하러 오라기에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관광을 할 마음의 여유도 없어 근처에 박물관스러운 웅장한 도서실을 방문했습니다.
그 도서실을 시작으로 시카고 곳곳에 도서실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9층에 최초의 흑인 시장 있었던 헤럴드 워싱턴 기념 갤러리를 비롯해 층층이 열람실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나머지 시간은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3층 테이블로 다가갔는데 쿠쿠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무슨 일인가 둘러보니 무숙자들이 여러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있습니다.
한 무숙자는 들어오더니 가지고 다니던 음식물(식빵 봉투와 과일 담은 쇼핑백)과 별다방 커피도 두 잔을 차려놓고 자신의 컴퓨터까지 켜고 얹아 인터넷 서핑을 시작합니다.
머리모양과 옷매무새는 분명 무숙 잔데...
어떤 무숙자는 컴퓨터 두 개를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집 없는 허름한 옆지기나 그 무숙자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잠시 바라보니 내게 다가와 1불짜리 있으면 달라고 구걸을 합니다.
화려한 도서실 건물이 무숙자들의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나오면서 보니 3층에 아예 무숙자를 돕는 국가 차원의 도움 시스템이 있기에 그들이 그곳에 상주하는 것 같습니다.
냄새에 민감한 내가 머물 곳이 아니어서 조금 참아보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다리를 건너 파넬라 브레드로 갔습니다.
차라리 그곳에서 일을 하자고...

* 내 이름은 아이유
우리가 좋아하니 남들도 좋은지 넓은 식당은 손님들로 꽉 찼고 음식 픽업창구에서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가라고 이름을 열심히 부릅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멀리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아이유를 부릅니다.
“아이 유”
좀 떨어진 구석진 자리에 앉아 이었기에 가는 중에도 그 직원은 열심히 아이유를 서너 번 부릅니다.
보통은 성을 빼고 이름을 부르는데...
음식을 픽업해서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First name의 이니셜인 I와 last name 임 yu 합치니 I yu 가 되었습니다.
옆지기가 농담을 합니다.  
”내가 아이유랑 살고 있네! “
여권 접수 할 때까지 이게 하루 만에 가능한 일인지 또 당일에 받을 수 있는 건지 여권을 손에 넣기까지는 긴장을 풀지 못했을 텐데 아이유 사건으로 우린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 스티브 잡스 흉내내기
버지니아 사는 소꿉친구 남편은 의류계에 성공한 ceo입니다.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우리를 환대해 주었고 당신 회사 제품을 소개하면서 직접 입어보라고 옆지기와 내 것을 주시면서 울 아들 것까지 챙겨주셨습니다.
아들 사이즈를 잘 몰라하니 미디엄과 라지 사이즈 두 세트를 주셨는데 아들은 라지를 입었고 미디엄 세트는 내 몫이 되었습니다.
옆지기 것까지 내 몫으로 챙기니 이래저래 내 검은색 티셔츠가 6개가 되었고 여행 중 매일 같지만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습니다.
항상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대중 앞에 나타났던 스티브 잡스가 생각났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며 낭비하지 않으려 했다는 그의 철학을,
그래서 그의 옷장엔 검은색 폴로 티셔츠가 백여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특별한 사람들은 달라도 뭔가 다릅니다.
이제 은퇴 후 남은 게 시간뿐인데 시간을 아끼는 의미보다 정서를 아끼는 마음으로 그를 흉내 내봐야겠습니다.

* 유종의 미
분실한 물건 중 국제 운전 면허증도 있었기에 재발급받은 여권으로 그것도 다시 만들었습니다.
떠나 있는 동안의 은행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떠나는 날엔 디트로이트에서 10년, 시카고에서 4년을 함께 사역하면서 서로를 견인했던 무디대학 교수님이자 시언장 전도사님 가정과 작별 식사도 했습니다.
사실 디트로이트에도 우리보다 먼저 터를 잡았었고 시카고도 우리보다 6개월 먼저 무디 대학에서 부부가 교수로 자리를 잡았던 친구 같고 아들 딸 같은 좋은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시카고행 이사를 도왔는데 한국행 이사까지 도와주니 우린 시작과 마무리의 도움을 얻은 셈입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시간들을 서로 공유했고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동역자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어 지금의 이별이 그냥 아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교수님 교수님 수아 수현 행복하게 잘 살아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길 축복해요^^

* 대만 항공(eva air)
절약 정신이 투철한 옆지기덕에 우린 대만 항공을 탔습니다.
국제 항공답게 이민가방 두 개와 캐리온 그리고 개인 가방까지 허용하기에 이삿짐대신 이민 가방에 옷과 꼭 필요한 물건만 담아가는 우리는 무게를 열심히 계산해서 최대로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대민항공은 처음이라...
체크인 이민가방은 50 파운드 여서 문제가 없었는데,
신경 쓰지 않았던 캐리온이 7킬로였고 개인 가방은 5킬로를 넘으면 안 된답니다.
지난 40여 년 수없이 여행을 했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도 되었지만 어찌할 바 몰라 당황하는 우리를 친절한 항공사 직원이 이민가방 한 개에 캐리온과 개인 가방의 짐을 이민 가방에 30파운드까지 추가해서 125불만 내면 체크인해 주겠다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줍니다.
직원에게 겪어보지 않은 불만을 토로하는 옆지기대신 나는 더 많은 감사 인사를 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철저하게 미리 확인하지 않은 옆지기는 자책감으로 심하게 피곤해했습니다.
문제를 만나지 않을 수 없지만 어떤 문제를 만날 때마다 깊은 한숨으로 땅이 꺼지는 옆지기덕에 내 한숨은 더욱 깊어집니다.

그런 짜증을 뒤로하게 하는 에바 항공의 서비스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일단 음식이 맛있었고 승무원들이 상냥했기에 피곤은 풀렸고 잠자는 시간이기에 우리는 숙면을 취했습니다.
예전에 중국항공과 비교하면 모든 것이 천지차이입니다.
맛과 서비스에 관한 한...
대만 사람들은 본토 중국사람들과 비교하니 많이 부드럽습니다.
나나 옆지기나 부드러운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녁도...
아침도...
커피도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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