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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전쟁과 평강(감사 507)

매일 감사 2023. 4. 14. 11:50

연초에 두 시니어 부부가 한 차를 타고 먼저 떠난 분의 추모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셨답니다.
두 남편 시니어가 앞 좌석에, 두 부인 시니어는 뒷좌석에 탄 차가 파란불에 직진을 하는데 하얀 suv 가 거침없이 좌회전을 하면서 두 차가 심하게 충돌을 했답니다.
운전자 부부인 그 부부 말고 조수석에 앉았던 이 부부의 부인 말을 빌리면 이렇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부부가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한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없어서 모두 기적이라고 했었답니다.

보통의 교통사고 시 운전자는 사고를 감지해서 긴장을 하기에 조금은 덜 다치지만,
반면에 탑승객은 무방비 상태이기에 더 심하게 다친다고 합니다.
그 부부는 자신들에게 돌진하는 차를 목격하고 대비를 했지만,
이 부부의 부인과 통화하면서 언급하는 말씀을 빌리면, 머리통 자체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기분이 들만큼 충격이 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모두는 앰뷸런스에 실려 응급실로 가서 그 부부는 바로 퇴원을 했고,
이 부부는 부인은 일주일 후 남편은 두 주일 후에 퇴원을 하고 지금까지 재활치료를 받는 중이랍니다.

그 상황에서 경찰에게서 상대방이 아닌 그 남편의 잘못으로 티켓까지 받았답니다.
서툰 영어로 사고 현장에서의 설명이 미흡했거나 인종차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티켓의 유무를 벗어나 원래 지병이 있던 이 부부는 사고 후 온몸이 정상이 아닌 상태로 응급 치료와 재활 치료를 하면서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고통 중에 있다고 하소연하시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 부부의 삶을 조금은 아는 나로서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나는 그 부부가 보내온 감사 간증을 통해 사고 소식을 3개월 만에 간접적으로 듣게 되었고 그래서 함께 탑승했던 이 부부의 부인과 통화를 했던 건데...

그 차를 운전했던 분의 간증은 이랬습니다.
Long story short...
이차저차해서 사고가 났지만 몸은 전혀 다치지 않았고(사실 그 부부는 많이 다치지 않은 게 맞답니다),
잘못받은 사고 티켓조차 기적같이 해결된 것에 초점을 맞추어 모든 것이 할렐루야! 였다는 감사 간증이었고,
이 부인과 전화통화를 하기 전까지는  나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듣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만일 그분들이 잘못 받은 티켓이 법정에서 확정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피해 보상을 몽땅 해줘야 하기에 잘 된 일이긴 합니다.
경찰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그 티켓은 무효가 되었고 그 후엔 각자의 피해만 각자의 보험으로 수습하게 되었답니다.
미시간의 자동차 보험(no fault insurance)이 잘잘못이 없을 경우 각자의 보험으로 각자 알아서 처리하기도 하는 보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아쉬우면 변호사를 고용해 서로의 잘잘못을 가려내야 하는 것이 다음 스탭인데 거기까지는 모두가 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부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여전히 재활치료를 받는 중인데,
그 부부는 잘 못 발부된 티켓 사건이 해결된 것으로만 사고 전반에 담긴 이야기를 담아 사고를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또 아직 그 사건을 모르는 우리에게 까지 감사 간증 인사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비록 그분의 잘못이 아닐지라도 동승했던 부부가 저렇게 아프고 힘든데 배려는 해드려야 하는 건 아닌지 속상했습니다.
누구는 믿음이 좋아서 일이 잘 해결되고,
그 누구는 믿음이 좋지 않아서 어려운 일을 당하는 건 아닙니다.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죄가 더 많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지만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다 그와 같이 망할 것이다.”(눅 ‭13‬:‭4‬)
나의 감사가 누군가에겐 고통이 아닌지를 조심스레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미 벌어진 사고는 어쩔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이 부부의 평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통화를 하려고 밖으로 나오니 석양이 집니다.

통화 중 걸었던 백조의 호수엔 올해도 여전히 금수저 백조를 모셔와 벌써 알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여전히 백조와 거위는 전쟁 중입니다.
이미 이곳에 살고 있던 거위 부부를 물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수컷 백조가 쪼아대기 때문입니다.
먹이통이 두 개가 있음에도 어느 곳에서든 백조는 거위를 몰아냅니다.  
주객이 전도돼도 유분수지...
그럼에도 좀 나눠 먹으면 좋으련만...
거위도 이제 어디선가 알을 낳기 위해 잘 먹어야 하는데...
흑 거위와 백 백조의 전쟁 중인 이곳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중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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