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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할머니가 자기를 더 사랑하는 줄 아는 이안이가 엄마 아빠를 서운하게 합니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 팔을 벌리면 이리저리 모두에게 선뜻선뜻 안기다가 내게 오면 다른 사람에게 안 간 가려고 내게 몸을 돌립니다.
토요일 아침에도 역시 엄마 아빠에게 서운한 행동을 하는 이안이를 부모에게 맡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곧 생일을 맞는 딸에게 보낼 카드를 부치기 위해서...

센트럴 파크 길(The Mall)에서 구입한 카드

카드를 부치고 우체국 곁에 있는 파리 바케트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일기를 쓰려고... 빵은 보너스^^

복잡한 카페를 벗어나 벤치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빵집 앞 광장에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더니 모두들 바쁘게 움직입니다.
알고 보니 이곳에 한 달에 한번 장이 선답니다.

일년이 넘게 산 아들내외도 모르는...

오래전 디트로이트 살 때 울 동네 다운타운에서 토요일마다 장이 서서 새벽기도 마치고 들러 로컬 야채와 과일을 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곳은 도시여선지 농산물대신 소품들이 주 품목입니다.

귀여운 다육이는 여기서도 인기입니다.
유기농으로 만든 애견용 사료도 팝니다.
브라질 산 커피도 한모금 시음하고 한 봉을 샀습니다.
예쁜 꽃 트럭은 꽃보다 더 이쁩니다.
앨러지에 좋다는 로컬 꿀도 한 병 샀습니다.
헤이리 마을에서 봤던 뜨게질 인형들이 알록달록 합니다.

아들내외에게 알려주니 이안이가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와보겠노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사돈댁이 내가 당신 대신 이안이 봐주느라 수고한다고 점심을 대접한다며 한시간 쯤 후에 내가 있는 곳으로 나온답니다.

식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처럼 혼자서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벨’이라는 아짐 곁에 앉게 되었습니다.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태어나서 포트리를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이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답니다.
가끔 주말에 빵집 뒷 건물에 있는 극장(i pic)에서 영화를 보곤 하는데 영화 상영 시간이 12:15 인걸 11:15으로 잘못 알고 한 시간 일찍 나왔는데 마침 장이 선다니 구경하려고 장이 모두 세팅되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답니다.
공통분모가 된 그녀와 나의 한 시간 동안의 공백은 서로의 마음을 들어내기 충분했습니다.
지금은 치매 어르신들의 홈케어를 하는 중이라며 그분들의 여러 웃픈 에피소드들을 들려줍니다.
치매... 특히 102살 어르신 이야기를 들으며 장수가 꼭 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외아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고 결혼은 했지만 아직 나처럼 손주 볼일이 없다며 부러움을 샀습니다.
나도 혼자 스트롤링 중이지만 왜 혼자 영화를 보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같이 사는 파트너(?)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파트너, 혹시 동성애자, 의구심이 들었지만 사람이 예의 바르고 진지했습니다.
서로의 신상조사로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다가 앞으로 다시 만날 기약 없이 그녀는 극장으로 나는 식당으로 각자의 길로 떠났습니다.

일기장 블로그를 위해 사진을 남겨도 되냐는 부탁에 흔쾌히 응해준 그녀가 고맙습니다.

* 점심
아들에게 사돈 내외분이 나를 위한 자리이니 내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라 했다며 엄마가 딤섬을 좋아하기에 동네에서 유명한 식당(aquarius seafood restaurant)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착한 이안이가 조용히 잘 있어줘서 오랜만에 딤섬을 든든히 먹었습니다.
팥빙수의 계절이 시작되었으니 빵집(blue angels)에서 빙수를 먹을 때도 울 착한 이안이는 모두에게 자기의 불편함을 양보했습니다.

* 저녁
며눌님이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고 나갑니다.
이안이를 재우고 아들과 둘이서 야식으로 튀김 닭(돈 치킨)을 시켜 옥상으로 올라가 노을을 바라보며 데이트를 했습니다.
이안이만큼 아들도 내게 소중합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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