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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교통사고로 갑자기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내 또래의 권사님께서 일 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의 나눔 봉사자리에 나왔습니다.
다른 권사님이 그녀를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셨답니다.
조용한 성격의 그녀는 사건 이후 처음 6개월은 집에서 꼼짝도 안 하다가,
그 후 6개월 동안은 한국을 방문하고 최근에 돌아왔는데 제대로 먹지도 운동도 하지 않아서 체력이 많이 약해 보였습니다.
너무도 반가워서 봉사가 끝나고 귓속말로 살짝 꽃동산에 꽃구경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했더니 흔쾌히 수락을 합니다.
오늘 그녀와의 데이트는 나보다 꽃을 더 좋아하는 그녀를 위함입니다.
오늘은 그녀가 마음속에 숨겨놓은 이야기를 다~ 들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상대로 그녀는 꽃을 너무도 예뻐라 했고 큰 꽃보다는 작은 꽃이 좋다고 하나도 그냥 스치질 않고 즐거워합니다.
함께 오길 참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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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소연 같은 고백을 합니다.
남편의 사고 전 그가 너무도 미워서 황혼 이혼 같은 걸 해볼까...생각도 했었답니다.
남편의 은퇴 후 매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가끔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고...
갑작스런 사별이 아니었으면 이별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정작 남편이 그렇게 떠나니 팔이 하나 떨어져 나간 듯해 너무도 아련하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미워하던 남편인데 떠나고 나니 그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다고 그렇게 떠날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해줄걸 그랬다고...
그러면서 나에게 상투적인 충고를 합니다.
”그러니 옆에 있을 때 잘하세요! “
마침 꽃동산에서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신부의 스틸컷을 찍는 걸 보며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며 추억을 소환했습니다.
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는 그 결혼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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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우린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습니다.
그녀는 빈 집으로, 나는 있어도 없는듯한 집으로...
권사님의 오늘 저녁이 조금 덜 외로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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