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이가 어렸을 땐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준 후 우유를 먹이고 출근을 했었지만, 이젠 깨우는 것도 밤새 젖은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도 아침을 먹이는 것도 내 몫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도 뻑뻑한 아들의 눈을 조금이라도 쉬게 하고픈 엄마의 마음으로 자원하기도 했지만... 아침에 아들이 서둘러 출근하면서 이번 주말이 결혼기념일이 있는 주간이라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며 토요일 이른 저녁에 둘이 데이트 아웃을 해도 되냐고 묻습니다. 마침 돌싱녀가 이번주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떠나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살짝 빈정이 상합니다 하지만 이내 할머니가 만들어준 단호박 팬케익을 맛있게 먹는 이안이를 보면서 모든 걸 다 용서합니다.낮잠을 한 번 자기 시작하니 오전에도 오후에도, 할머니에게도 이..
돌싱녀는 감리교인 나는 장로교인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교회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데, 주일인 오늘 그녀가 다니는 교회에서 있는 ‘음악과 함께하는 시편의 영성’ 신앙 세미나에 가지 않겠냐고 조심스러운 제안을 받았고 말씀과 음악이 있는데 내가 거절할 이유는 1도 없습니다. 덕분에 그곳에서 예배도 드리고 세미나엘 참석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구약학 교수인 강사와 ’엘림 듀오‘로 활동중인 그의 부인인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인 처제가 시편 19편 말씀과 감미로운 연주로 늦가을의 오후를 아름답게 수놓아줍니다. 특히 ‘내 영혼이 은총 입어’와 ‘나의 살던 고향은‘을 접목시켜 연주하는 동안엔 마음이 은근히 고향을 향하게 합니다. ’ 일상에서의 영성‘ 을 누리라는 귀한 말씀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 ..
뉴욕 대학(NYU) 근처에 멋진 곳과 맛진 곳이 많다며, 이른 아침 돌싱녀에게서 엄선한 식당 세 곳 중 한 곳을 선택해 브런치를 하자고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격이 모두 다르긴 했지만 라자냐가 유명한 백 년 된 아담한 이태리 식당 ‘비토리오의 랜턴’(La Lanterna di Vittorio)을 선택했습니다. 애피타이저와 샐러드는 깔끔했지만 메인 디시인 아라비아타 라자냐는 정말 일품이었고, 술맛 가득한 티라미수와 진한 에스프레소는 진품이었습니다. 가끔 생각나 다시 찾을 듯한 곳입니다. 백 년 동안 라자냐로 가업을 유지했으니 맛집 인정합니다.대학가에 위치한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서 따뜻한 초겨울을 즐기는 학생들과 젊은 관광객들 덕분에 젊은 피를 수혈했습니다. 맛집 줄은 한국만의 특허물이 아닙니다.학원가를 조금..
부부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맞춰가면서 사는 게 쉽지 않은데 하물며 며늘과 시엄니가 함께 사는 건 그리 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30여 년의 세대차이까지... 아무리 내가 며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들의 강권으로 시작된 황혼육아, 아니 며늘집 살이가 이제 익숙할 만도 한데 가끔 조용한 마음에 소음이 생깁니다. 은퇴 후 멈춰버린 듯한 시간들이 볼맨 소리로 다가오기도 하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건지 의심이 훅 올라오기도 하고, 게다가 행복페이(내 돈 내고 장보고 음식까지 해주는)를 하면서까지 손자의 재롱을 봐야 하는지 회색 모드가 지난 두 주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30여 년 전 직장 생활을 하는 나를 위해 울 시엄니께서 당신의 손자(나의 아들)가 태어나면서부터 ..
작년엔 태어나서 한 달 즈음이었으니 올해로 이안이는 스코틀랜드에서 유래했다는 첫 번째 핼로윈을 맞았습니다. 36년 전 2살과 3살이던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 와서 처음 맞이 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무슨 캐릭터였는지는 잊었으나 바구니 하나씩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더니 온갖 다양한 캔디가 한가득이었던... 그리고 그 캔디를 일 년 내내 먹었다는... 그렇게 시작했던 핼로윈을 이제 손자가 즐기게 되었습니다. 아들 친구의 친구가 여유분이라고 준 호랑이 옷을 입고 ‘어흥~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하러 나갔습니다. 따라나서려다 아들내외의 친구들 가족이 함께 모여 겸사겸사 모임을 갖는다기에 집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집에 사다 놓은 캔디가 없어 동네 도서실로 도망을 갔습니다. 앞서가는 가..
간식으로 할머니가 만든 사과 오트밀 쿠키를 많이 좋아합니다. 작은 사이즈로 4개씩 주는데 처음 3개는 마파람에 게눈 감치듯 먹어치우고는 마지막 남은 쿠키는 너무도 아쉬워하며 아껴먹습니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찌 그런 건 습득하는지 신기합니다. 음식을 데우다 보면 뜨거워서 호호 불어서 주는 때가 많아서... 뜨겁지도 않은 음식을 호호 불며 먹습니다. 먹는 시간은 즐거운 놀이시간입니다.그릭요거트는 행복입니다.
오늘은 이안이 도서관에 가는 날~ 지난주는 아파서 못 가고, 처음 두 주는 몰라서 빠졌으니, 이제 오늘 지나면 다음 주가 마지막입니다. 어른의 눈으로는 뭐 그다지 내세울 건 없지만, 늘 할머니와 둘이 지내는 이안이 에게는 특별한 외출입니다. 그걸 또 재택근무 중인 며늘은 궁금해서 브레이크 시간을 만들어 찾아왔습니다. (시엄니가 뭐 하고 다니나 궁금한 가 봅니다 ㅋㅋㅋ)12월 한 달 동안은 무슨 음악 프로그램을 비싼 비용을 들여 토요일 오전에 가기로 했답니다. 나는 어차피 뉴욕에 갈 거니까 그러기나 말기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