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이안이와 함께한 시간이 10개월 차로 들어섭니다.처음엔 작고 낯설던 아기가 이제 제법 사람구실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며늘이 깨끗이 정리해 놓은 놀이방과 거실에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합니다.가끔은 이안이의 놀이기구가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이리저리 재 배치됩니다.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기타를 발견하고 신나게 띵가띵가하며 엉덩이를 들썩입니다. 고모가 사준 성경 말씀 읊조리는 인형과 좀 더 커서 읽어야 좋을 성경이야기는 아침마다 선택됩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새책을 꺼내와 아직은 제대로 끝까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습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토마스 책을 무척이나 열심히 읽는 중입니다.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않고 종알거립니다. 쿠쿠가 밥이 다 됐다고 잘 저어주라고 하면 내가 밥을 ..
한동안 춥고 바람이 세게 불어 이안이와 유모차로 외출을 못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날이 풀려서 도서관엘 다녀왔습니다. 사실 차로 가려했었는데 미친(ㅋㅋ) 아들이 차키를 가지고 출근하는 바람에 할 수없이 걷게 됐습니다.바람이 차서 이안이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외출이 좋은 이안이에게 뭔들 안 괜찮겠습니까만ㅋㅋ아기 도서관 안에서 한참을 놀다 보니 중국할머니가 귀여운 손자에게 떠들썩하게 밥을 먹입니다. 바닥에 막 흘리면서... 이건 아닌데... 먹는 걸 좋아하는 이안이의 시선이 자꾸 그곳으로 향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Chinese New Year 인걸 중국 할머니가 복의 상징인 빨간 설빔을 입은 걸보고 알았습니다.조금씩 사람이 되어가는 이안이의 ..
편스토랑 덕분에 처음 요리를 배웠던 백종원 사부에서 어남선생으로 갈아탔습니다. 그리고 어남선생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은 지금까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원팬 스파게티가 유명해서 따라했었는데,이번엔 원통 깍두기를 따라 했습니다. 아들 내외가 김치와 깍두기를 유난히 좋아하기에,마침 한국마켓에 제주무가 들어왔기에 더 반갑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원통 깍두기 레시피는 이렇습니다. 깍두기 담글 통에 깍둑썬 무 2킬로에 소금 2큰술 넣고 흔들어 준 후 1.5시간 절임->절여진 물 빼고 고춧가루 6큰술 넣고 또 흔들어 줌->무 절여지는 동안, 대파 2대분 송송 새우젓 3큰술 새우젓 국물 1큰술 다진 마늘 4큰술 생강 0.5 큰술을 준비함->고춧가루 물들인 후에 배풀과 양념 넣고 다시 흔들흔들하면 끈^^* 어남 선생..
60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까지 시간을 아끼면서 살지는 않았습니다. 수험생 시절도 이렇게 촌음을 아끼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반 강제 황혼육아가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시간의 소중함을 가져다 준겁니다. 아들과 며늘(대부분 재택근무를 하지만 출근할 경우)이 7시 반에 출근하면 그때부터 이안이 와 나는 한 몸이 됩니다. 아침 먹고 놀고 간식 먹고 놀고 점심 먹고 놀다가 12시 반-3시까지 2시간에서 2시간 반동안 낮잠을 잡니다. 그 시간이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이안이 잘 때 집안일 하지 말고 쉬라고 하지만,이안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으니 쉴 쉬간이 많진 않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지금처럼 기록을 남기는데 시간을 할애합니다. 오후 3시부터 아들내외가 돌아오는 7시까지 또다..
아이 있는 집이 거의 다 그렇겠지만, 모든 것이 이안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 집, 오늘도 이안이를 위한 할머니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지난주 냉장고를 열심히 털어먹었더니 텅 비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한 주 날이 엄청 추워 장을 보러 갈 생각도 못했기에...그래서 이렇게 책을 읽고 또 읽고,온 방을 온통 누비고 다니며 어지럽히기도 하고,스스로 티파티도 하고,아무도 보는 사람 없이 춤도 막 추고 그랬는데...오늘은 날도 좀 포근해지고 먹을 것도 없어서 아침 일찍 장을 보러 나섰습니다. 다행히도 2주 만에 들어선 트레이더스 조가 이안이에게 또 새롭습니다.그냥 보는 것만도 신기한 이안이에게 직원들의 의사소통인 벨을 울리게 허용해 줍니다. 한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울리는 것이 모두 뭔가를 요청하는 신호이기에..
* 점점 더 넓어지는 이안이의 지경오늘 점심에 사돈댁과 함께 온 식구가 베트남 쌀국숫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 메뉴를 들여다보는 걸 자기도 메뉴를 콕콕 찍으며 따라 합니다. 주문받으러 온 웨이터가 신기해 눈을 떼지 못합니다. 마치 자기 것도 주문받으라는 듯이 말입니다. 자기가 주문한 듯 애피타이저 서머롤을 맛나게 먹어줍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낮잠을 잔 후 아빠 친구네 집으로 풋볼 경기를 보러 떠납니다. 이제 두 주 후면 슈퍼볼이랍니다. 그때까지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며 게임을 즐기는데 이안이도 한몫을 합니다. 모두 팀 셔츠를 입고 아들네가 떠난 후,느지막이 나는 전에 산 물건을 리턴도 할 겸 다시 뉴욕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 반복되는 나의 지경오늘은 명품상가가 들어선 5번..
몇 년 전 스페인 여행 후 스페인 사랑에 빠졌고 스페인에 다시 가고파 스페인어를 배우는 중인 걸 아는 나의 여행메이트인 돌싱녀가 소호에 있는 스페인 식당(보케리아)을 예약했습니다.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크지 않은 식당 안은 이미 꽉 찼으니 예약을 안 했으면 들어가지도 못할 뻔했습니다.전날의 알코올 부작용으로 마셔야 하는 ‘상그리아’는 꾹꾹 참았습니다. 메인으로 주문한 ‘빠에야’는 4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기에 그동안 애피타이저를 두 가지 시켰습니다. 스페인에서 짜게 먹었던 기억으로 조금 덜 짜게 해달라고 주문했더니 음식의 염도는 선택권이 없다기에 울며 겨자 먹기를 각오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나온 아트초크 요리는 정말 짭니다.그런데 입맛을 완화하려고 빵을 달라니 치즈 조금 얹어 구운 빵 두 조..
금요일 오후, 삼 개월 한국엘 다녀온 독신녀가 이제 시차 적응이 됐다며 셋이서 저녁에 나들이를 나가잡니다. 돌싱녀는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으니 반가워하며 회동하기로 합니다. 불금에 우리가 갈 수 있는 곳, 돌싱녀가 좋아하고 독신녀와 나는 신기해서 따라가는 곳,저녁은 먹었으니 바에 앉아서 수다를 떨기 위해뉴욕의 스카이 라인 야경이 180도 보이는 차트 하우스입니다.오늘은 작정하고 나서서, 술을 못 마시는 나는 석류 모히또를, 술을 안 마시는 독신녀는 피나 클라다를,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돌싱녀는 약을 먹는 중이라며 알코올 뺀 모히또를 시킵니다. 인생은 아이러니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수다가 2시간이 넘어가자, 세 할머니는 체력이 떨어집니다. 먼저 간 어른들의 세상 진리가 떠오릅니다. ’ 노세 노세 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