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김애란 작가가 그랬답니다.
’지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 하고도 잘 어울리게 어른이지!‘
지난 40여 일을 손녀를 돌보기 위해 딸네 머물렀던 옆지기의 일상을 딸아이에게 전해 듣고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불만을 담아 남은 기간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못마땅해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마구 퍼부었습니다.
떠나는 날 공항에서 옆지기에게서 그동안 그가 자식을 키울 때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운 시간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성격을 가진 라일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 줄 몰라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엔 상황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 무시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자랄 때 유학을 온 그는 공부 이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게다가 다음 학기 시작인 9월에 또 다른 학교에서 들어온 겸임교수 자리를 위한 서류 제출을 해야 했었나 봅니다.
뭐든 완벽해야 하는 옆지기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그 시간은 손녀를 돌보면서 쉽지 않았을 것이었습니다.
자존감은 높지만 자책감이 많은 손녀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옆지기가 함께 하며 좌충우돌했을 시간들은 정말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번 아빠의 방문이 라일리가 우선순위인 딸내외에게 좋게 비쳤을 리 없었을 겁니다.
일과 쉼을 컴퓨터에 의존해 살아가는 옆지기와 손녀와 좀 더 시간을 보내주기를 원했던 딸 사이에서 서로에게 아쉬움을 안겨 준 듯합니다.
나도 많은 일로 딸아이와 부딪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번엔 둘 사이에서 내 주장을 할 틈이 없었습니다.
도착한 날엔 딸이 아빠에게 말하지 말라며 ‘아빠가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 한 할 수 있으면 앞으로는 엄마가 라일리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부라부라~’
떠나는 날엔 공항에서 옆지기가 딸에게 말하지 말라며 ’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라일리를 돌보기 위해서 할아버지가 오는 게 아니었다고, 부라부라~‘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일하고 싶지 않은 딸과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어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옆지기 와의 골이 많이 깊었습니다.
딸아인 은퇴 후에도 열심히 일하는 아빠가 이해불가였고 심지어 옆지기에게 돈이 필요하면 도와주겠다고 까지 했답니다.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세대는 자기가 원하는 일 외에는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딸아이의 농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바쁜 직장일과 육아로 지칠 만도 한데 딸아이가 좋아하는 농장의 닭장은 늘어만가고 채소 밭도 식구들이 먹고 남아 남들과 나누면서 더 많이 더 크게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제일 행복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라일리네를 떠나 뉴저지 아들네로 돌아왔습니다.
이안이의 감기가 회복이 되었는지 기분 좋은 스마일로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

후기,
학기 때문에 담달 이안이의 백일을 참석할 수 없는 옆지기가 이안이 생일 즈음이 한국의 추석연휴라며 미국엘 다녀가겠답니다.
사흘 중 이틀은 공중에서 보내고 이틀 지내자고 그 고생을?
파티 장소 때문에 정한 이안이의 돌잔치로 날짜가 어긋나 그의 생각은 접었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사실 그는 여섯 번이나 지난 라일리의 생일을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었기에...
진작 그렇게 살아왔으면 그런 무모한 생각은 안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황혼육아(Grandparenting) > 첫 사랑(Riley Weagraff)'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전이었던 손녀의 7번째 생일(감사 944) (4) | 2024.09.25 |
---|---|
꺅~ 부화하는 메추리(감사 910) (6) | 2024.08.19 |
조류들과 하루(감사 902) (4) | 2024.08.13 |
감옥이라구요? (감사 901) (7) | 2024.08.10 |
라일리와 함께 또 하루(감사 900) (6) | 2024.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