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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중반이신 이모 내외와 007 작전을 벌인 하루였습니다.
혈연보다 더 진한 관계인 이모와 이모부께서 우리가 새로 정착한 기흥집에 다녀가시기 원하셨는데 마침 어제가 두 분의 결혼 55주년 기념일입니다.
두 분의 파란만장한 55년 역사 중 45년을 간헐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니 내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모는 같은 여자래서...
이모부는 속사정을 알아주는 유일한(?) 딸 같은 존재여서...
조카의 회동이 반가운 두 분은 이 참에 영화‘건국전쟁’까지 보고 싶어 하셔서...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하루는,

* 나의 현주소 기흥에서 9시 출발->
밤새 내린 눈이 온 산천을 하얗게 옷을 입혔는데 혼자 운전하느라 사진은 감탄으로 대신했는데 도착해서 이모댁 12층 창문으로 내려다보면서 그 감탄을 감동으로 담아왔습니다.

* 이모댁인 과천에 10시 도착->
10시에 도착한다고 하루 전에 그리고 출발하면서 연락드렸는데 여전히 준비 중이신 두 분, 아니 움직임이 어려우신 이모부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었습니다.
그 모습에 이모의 사랑의 잔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 두 분을 모시고 기흥에 도착하니 11시 반->
내가 세운 스케줄은 두 분이 감당하기 힘들어하셔서 영화는 다음으로 미루고 대신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로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여드린 후 1시가 넘어  ‘금빛 고등어’에서 식사->
내가 좋아하는 여러 식당의 메뉴를 소개했는데 이모부의 당뇨 식단을 감안해 여긴 이래서 저긴 저래서 불합격이었는데 ‘금빛 고등어’가 합격되었고 음식도 짜지 않아 매우 만족하셨습니다.
이번엔 고등어구이와 조림을 시켰는데 서빙하느라 정신이 없어 사진도 없습니다.
세 번째인데 고등어에 비린내가 나지 않고 또 근사한 상차림도 여전히 맘에 들었습니다.
이제 손님이 오시면 맛과 멋이 있는 그곳으로 가야겠습니다.

* 지나는 길목에 ’ 어반리프‘카페->
신기해하시는 이모가 작고 귀여운 ’ 취설송‘을 하나 사주셨습니다.
친구처럼 화분에 분갈이를 해서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이모는 그걸 모르시는듯해 나중에 내가 혼자 하기로 하고 그냥 들고 나왔습니다 ㅋㅋ
세대차이도 있지만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게 세상입니다.

모래사장 놀이터에 아이들이 북적입니다.

이모는 교수출신답게 이것저것 질문이 많습니다.
가드닝을 전공한 젊은 직원은 은퇴교수님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 질문 중 ’ 아악무‘에 대해 ‘왜 이렇게 이쁜 나무의 이름이 밉냐’고 하니,
이 나무의 원래 이름이 ’ 사랑목‘인데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아악’하고 죽기에 별명이 ‘아악목’이 되었다고 쉽게 설명해 줍니다.
사온 우리는 정작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친구가 이 화분을 사주면서
‘이뻐서 샀지만 실패했는데 넌 잘 키워봐~’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들여다보니 한쪽 잎이 살짝 불쌍합니다.
‘아악’ 안돼~

나오는 길에 우리처럼 여러 세대가 어울려 셀카를 찍기에 스와핑으로 한컷 건져왔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55주년 기념으로 작은 케이크(큰 거 사면 이모께 혼나니까~)를 사이좋게 나눠먹고 늦기 전에 다시 과천으로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니 하루가 온전해졌습니다.
이번에도 이모는 당신이 버리기 아쉬워 보관하던 오래된  물건들(40여 년 동안 아끼며 쓰시던)을 주셨는데 나는 또 이 물건들에 버리는데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때로 나의 보물이 남에겐 쓰레기가 되기도 하니 반면교사로 삼겠습니다.

참, 이모부의 새로운 발견~
평생을 교수로 지내셨기에 책 외에는 관심이 없는 분인줄 알았는데 향수를 좋아하신답니다.
친구가 사준 ‘왁스 플라워’의 꽃 향기를 맡으시며 향기가 좋다 시기에 맡아보니 너무도 진한 향수 수준입니다.
알고 보니 이모부는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실 때마다 각 나라의 비싼 향수를 수집까지 하셨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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