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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아쉬운 족발(감사 456)

매일 감사 2023. 2. 25. 06:30

시카고의 혹한을 피해 플로리다에 다녀오신 연로하신 권사님께서 우리의 은퇴 결심을 뒤늦게 들으시고,
헤어지기 싫은 서운한 마음으로 우리를 '장충동 왕족발'집으로 소환하십니다.
족발을 좋아하지만 이 식당은 처음이기에 살짝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도 하기 전 무슨 은퇴를 이렇게 일찍 하냐며 청문회(?)를 시작하십니다.
이미 시작된 일이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하니,
왕년을 운운하시며 필요하다면 투쟁을 해서라도 원점으로 돌려 놓으시겠답니다.
그러지 마시라고 조기 은퇴는 우리가 결정한 일이라고 했더니,
그러지 말라며 이제는 하소연 모드로 바꾸십니다.  
몇번을 다녀간 식당 종업원에게 미안해서 족발과 순댓국을 시켰습니다.
족발집이니 족발을 먹겠다고 했더니 순대국도 맛있다며 함께 주문을 강권하십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흐르니 우리의 뚝배기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권사님 것은 여전히 한가득입니다.
아직 떠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위로와 설명과 함께 오히려 우리가 하소연을 드리며 서로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권사님~  

게다가 순대국을 한 그릇 먹으니 아무리 맛있는 족발이어도 많이 손이 가지 않아 결국은 집으로 싸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곤 그 족발은 매운 볶음으로 수술되어 점심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쫄깃한 맛이 덜해지긴 했지만 돼지 냄새가 매운 양념에 묻혀 또 다른 요리가 되었습니다.  

재료를 미리 준비해놓고 근사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렌틸넣은 건강한 밥덕분에 비주얼이 꽝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연이틀 먹은 족발 요리는 이제 우리에게 슬픈 음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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