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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 얻은 자유가 황혼육아로 다시 묶였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손자를 보기 전 나의 시간은 너무도 여유롭기에 그

시간을 아낀다는 개념이 희미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손자를 봐주면서 짬짬이 주어진 시간들을 아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들내외가 출근하는 날에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의 손자 돌봄이 내 몫입니다.
현재는 오전과 오후에 2시간(+-) 잠을 자주면 그 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입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이 살아남기 위한 장비빨(?) 덕에 그 시간은 더 풍성해집니다.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나니 더욱 더...
덕분에 라테 시절 몸으로 때우던 요리도 설거지도 빨래도 청소도 철저하게 자본주의 사회의 특혜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손자가 아침 식사를 마치면 익숙해져야 할 어른 음식으로 놀이를 하게 하고 나도 아침을 먹습니다.  
오늘은 스팀 한 브로콜리를 먹여봅니다.

요즘처럼 뜨거운 날이 아니면 동네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태워주기도 합니다.
지난 한 주일은 너무 뜨거워서 꼼짝을 못 했지만 오늘은 조금 누구러진 날이기에 유모차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오전이든 오후든 이안이의 낮잠시간엔 내 일기도 쓰고 남의 일기도 읽으면서 글쓰기를 합니다.
며늘은 그동안(6월 중) 수요일에 일을 안 했지만 7월부터는 월-금요일 5일 동안 일을 합니다.
물론 내내 사무실을 나가는 건 아니지만 재택근무도 그 녀가 없다 생각하고 돌봐야 하기에...
6월 한 달 동안 수요일과 토요일에 뉴욕거리를 뚜벅거렸습니다.
수요일인 내일도 뉴욕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을 갈 계획입니다.
이제 그 특혜가 토요일과 주일로 한정될 테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주어진 것을 감사할 수 있는 건,
나의 시간은 나의 속도에 따라 나를 위해 움직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이 과학적으로 증명한,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고 관찰자의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그 이론을,
다 이해하진 못해도 내가 만들어낸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할머니가 태어나기 전에 사준 이안이 닮은 인형을 안고 낮잠을 잘 자주는 이안이가 고맙습니다.

참, 내일은 옆지기가 내게로 오는 날입니다.
그 역시 시간과 공간을 그만의 방법으로 누리려는 바쁜 사람이기에 방학기간인 두 달 동안 한국->뉴저지->시카고->오클라호마->노스캐롤라이나->뉴저지->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옵니다.
마침 7월 첫 주 며늘이 일을 안 한다기에 시카고엔 그와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은퇴하고도 은퇴전처럼 시간에 쫓기면서 살고 있는 옆지기가 여전히 내 스타일이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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