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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을 이안이와 우물쭈물하다가,
이른 오후에 혼자서 허드슨 야드에 있는 멋진 건축물 ‘Vassel'을 구경하러 나가려고 했는데 주말에 뉴욕으로 들어가는 버스 스케줄이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나선형 계단이 2500개이고 오르면서 360도로 주변을 볼 수 있는 그 건축물조차 보수 공사 중이라서 올해 말이나 되야 문을 다시 연답니다.
처음엔 그 멋진 건축물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생겨서,
차선책으로 입장료를 받고 예약을 받아 입장을 시켜도,
자살하는 사람이 또 생겨 난감했던 예술작품이랍니다.
그러다 포기하고 아들네와 함께 집 근처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갔습니다.
쇼핑센터는 파킹장을 찾느라 힘이 들 만큼 동네 사람들이 모두 쏟아져 나왔습니다.
늦은 점심은 다양한 메뉴 중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아들에게 표를 모아 ‘쉑쉑버거’에서 먹었습니다.

이곳도 한국처럼 점심을 먹고는 커피를 마시는 문화입니다.
나는 별다방 커피가 좋지만 아들은 던킨도넛 커피가 더 좋답니다.
그래서 커피는 각자의 취향대로 마시려고 했다가 별다방 줄이 너무 길어서 이것도 포기했습니다.
때론 부모의 삶처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이안이가 선물 받은 옷을 바꾸려 명품관(니만 마커스)을 찾아갔습니다.
기껏 한 두 달 입으면 작아지거나 철이 지날 텐데 아기의 옷에 몇백 불씩 지불하는 부르주아가 많이 불편합니다.
아들네가 이안이의 옷을 고르는 동안 할머니 스타일 남방을 구경하다가 한국돈으로 98만 원이라는 가격에 더 이상의 구경조차 시들해졌습니다.  

아직 어린이의 옷을 입기조차 어려 겨우 고른 버버리 티셔츠가 150불입니다.
베이비 갭에서 산 청카바 한 벌의 3배가 넘는 가격을 티셔츠에 지불하다니 내 지갑 상식으론 이해가 힘듭니다.
주일 오후 아버지 날에 사돈내외와 외식을 할 거라서 이안이 외출복으로 장만한다나 뭐라나...
사실 이 명품 옷은 사돈댁이 몇 주전에 사다준 건데 취향에 맞지 않아 바꿔온 옷이기에 입고 나가야 하기도 하답니다.

그러기나 말기나 볼거리가 많은 이안이는 행복합니다.

조금 지루해질 즈음, 괜히 나왔나 싶을 즈음, 안경집이 나옵니다.
아들이 내가 선글라스가 필요한 것이 생각났는지 사주겠다며 들어섭니다.
매장 입구에 비싼 명품 선글라스들을 전시해 놨습니다.
취향을 벗어나 가격이 5백 불이 넘기에 슬그머니 눈을 돌려 안 쪽으로 들어가니 그곳에 좋은 안경들이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있습니다.  
’ 레이벤‘ 안경이 싼 건 아니지만 처음에 워낙 높은 가격을 보고 난 후여서 반값정도는 왠지 지불해도 될 것 같은 그들의 상술에 넘어간 셈입니다.  

이안이는 외출복, 엄마는 선글라스를 그리고 와이프는 멋진 시계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서면서 모두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한 보람된 날이라고 아무것도 사지 않은 폼생폼사인 아들은 뿌듯해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아들의 뼈있는 농담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안이의, 이안이에 의한, 이안이를 위한 집사(일하며 돌보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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