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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럴 뻔했습니다.
어제저녁 2023년 불꽃 축제가 광안리에서 열린다기에 오전엔 숙소에서 쉬면서 점심만 숙소 근처 소개받은 가성비 좋은 맛집에서 먹기로 했는데...
그 가성비 좋은 맛집이 송도 해수욕장 근처였고,
그곳엔 또 다른 멋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송도 해수욕장...
해운대 해수욕장에 빠져 바로 곁에 있는 그곳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일단 점심은 지인에게 소개받은 ‘광어골 왕칼국수’ 집에서 먹었습니다.
칼국수를 당근으로 반죽해서 붉은 기운이 들어가는데 건강에 좋다고...
요즘은 물건뿐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도 맛있게 먹기 위해 디렉션을 따라 예식을 치르듯 먹어야 합니다 ㅋㅋ
테이블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한 후,
1. 곁에 차려진 셀프바에서 김치와 청양고추를 담아놓습니다.
2. 음식이 나오면 눈으로 먼저 즐겨야 하고
3. 칼국수 속에 있는 만두를 국물에 터트려 먹으면 더 맛있다 하니 따라 했고,
4. 맛이 없으면 그냥 조용히 먹고,
5. 맛이 좋으면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데...
애피타이저로 나온 꼬마(아기) 김밥은 국물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는데 우린 모르고 그냥 다 먹어버렸습니다.
양념장을 반스푼 넣는 걸 미처 따라 하지 못해 4번을 선택했으니 다시 가서 먹어봐야 합니다.
![](https://blog.kakaocdn.net/dn/dftV12/btszH42wtTS/URbqOHLkUgzSnMVn8eXh61/img.jpg)
기대를 많이 해선지 조금 실망하고 식당을 나서니 송도해수욕장입니다.
해운대와 광안리와는 다른 분위기여서 어슬렁 거렸음에도 하루 걸음을 다 걸었습니다.
그곳에선 삼삼오오 그룹으로 레슨을 받으며 파도 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때맞춰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한긴 비를 맞으나 물에 젖으나 젖기는 마찬가지 일 테니,
비 오는 날 우리가 박물관에 가려는 마음과 다를 게 없을 겁니다.
![](https://blog.kakaocdn.net/dn/O4xUE/btszMaNHZzg/Zom908KU8jp2YCYy1llQb0/img.jpg)
저녁을 위해 힘을 비축해야 하는데 이미 송도에서 힘을 다 빼앗겼기에 숙소로 들어와 뻣었습니다.
광안리에서 열리는 불꽃 축제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죽기 전에 다시 오지 못할 기회라 생각해 무리를 해서 갔습니다.
불꽃 축제는 세 군데서 볼 수 있기에 원래는 숙소 근처 동백섬에서 보려 했다가 오리지널 장소인 광안리로 갔는데... 3백만의 부산인구 중 1/3에 달하는 백만의 인구가 모였답니다.
도착해서는 인파에 밀려 들어서서 한 젊은 커플의 남은 여분의 돗자리를 얻어 않았지만,
나올 때는 인파를 헤쳐 나와 집에까지 오는데 30분이면 올 거리를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집에 초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백수가 과로사하는 거 맞습니다 ㅋㅋ
하지만 해변과 다리에서 펼쳐지는 멋진 불꽃쇼를 때맞춰 본 건 우연아닌 은혜였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bODhKY/btszJ1dwJiP/tcnc6Qw0AFgWHkL7vKd2t1/img.jpg)
대부분이 젊은이들인데 바로 곁에 우리 같은 초보 노인이 신나게 촬영을 합니다.
옆지기의 메라는 여전히 주머니에서 쉬고 있는데...
![](https://blog.kakaocdn.net/dn/chYg5V/btszKCjVTUk/5H3VKyQFl7K5Sb2kU8g9l0/img.jpg)
미국에서는 마지막을 장식할 때나 보여주는 수준의 불꽃이 시작부터 터집니다.
한 시간 동안이나...
다리에서 오르내리는 불꽃도 장관이었습니다.
친구의 말대로 불꽃도 k-불꽃입니다.
멀리 부산역 고층아파트에서 바라본 지인이 불꽃은 멋지지만 쏘는 소리와 빨간 폭죽 후 연기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했다며 무서운 생각까지 들었다는데,
우린 그 무섭고 멋진 현장을 시작부터 피날레까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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