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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날
농익은 여름과일 주변에 초파리가 생겼습니다.
작은 그릇에 바나나 껍질을 넣어 랩으로 씌운 후 송곳으로 콕콕 찍어 구멍을 내서 초파리 트랩을 만들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초파리들이 하나둘씩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 둘째 날
첫째 날엔 5마리였는데 둘째 날엔 두배로 늘어났습니다.
우리 집에 초파리가 이렇게 많았다고?
이 트랩이 오히려 동네 초파리를 모두 유인하나?
암튼 초파리를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영화 올드보이가 생각납니다.
영문도 모르고 작은 그릇 공간에 갇혀버린 초파리들이 처음엔 탈출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씁니다.
하지만 곧 적응이 되었는지 둘씩 짝을 지어 친구도 만들면서 군만두대신 바나나 껍질을 먹으며 나름 살아갑니다.

어쩌다 초파리가 한 마리도 안 보여서 모두 탈출한 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인기척이 들리면 모두들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아우성을 칩니다.

아일랜드에서 커피도 마시며 작업을 하는 나의 관심을 초파리 트랩이 자꾸 빼앗아 갑니다.
초파리를 들여다보는 내게 옆지기가 “곤충 팻이 하나 생겼군!” 라며 놀립니다.
늦은 저녁 작업도중 초파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작은 구멍으로 애를 쓰며 들여가려다 결국 성공합니다.
아하~ 너희들이 그렇게 트랩으로 들어가는구나!

신기한 게 들어가는 건 힘들게라도 들어가는데 나오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올드보이와는 다른 것이 그들 스스로 택한 감금입니다.
몸짓이 멈춘듯해 들여다보니 식사 중인지 휴식 중인지...  

당분간 트랩에서 지내는 초파리가 많이 궁금할듯합니다.
냄새 때문에 언젠가는 없애야겠지만...

후기,
버릴 때 잘 버려야 한다는 언니의 말씀에...
바로 냉동실로 직행했고,
이렇게 초파리들은 최후를 맞았습니다.
달콤한 유혹에 빠진 죄값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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