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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설명절 단상(감사 744)

매일 감사 2024. 2. 9. 11:16

* 모두의 설명절
오늘부터 설명절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설명절을 맞이하는 게 얼마만인지 모릅겠습니다.
미국에선 중국(Chinese New Year)에게 내주었던 이름을 한국(Korean New Year)에서 다시 찾았습니다.


* 우리의 설명절
1988년 유학으로 시작된 이민 생활은 미국 명절을 따라 잡기도 벅찼기에 당연히 한국 명절은 무시하고 살았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날조차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겨우 떡국 한 그릇 먹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의 전부였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설명절은 모두에게 축제입니다.
상점들은 선물용품으로 화려하고 평소에 조용하던 집 근처 이마트도 연휴를 준비하는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내가 떡국용 재료를 고르는 동안 옆지기는 전종류가 입맛을 댕기는지 녹두전을 비롯한 각종 전 코너에서 기웃거립니다.
종갓집 막내딸로 살면서 절기마다 드려졌던 제사 음식 중 전 부치는 기름냄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그의 호기심은 묵살되었습니다.
전... 그게 뭐라고, 사줄걸 그랬나 봅니다 ㅋㅋ
미안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붕어빵을 하나씩 물고 왔습니다.  

* 친정의 설명절
양가 부모님이 모두 소천하신 우리 부부는 모두가 이동하는 설명절에 갈 곳이 없습니다.
요즘 추세는 시댁보다 친정 방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것도 구시대의 유물이고,
명절연휴에 많은 핵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시니어인 울 언니들까지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특히 셋째 언니는 귀국해 처음 맞이하는 나의 설명절을 함께해 주지 못하고 여행 떠나는 걸 부모의 심정으로 무척이나 미안해했습니다.
다른 분들과 이미 오래전 계획했던 터라 내가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언니들도 나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언니들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행복한 쉼을 누리고 오면 좋겠습니다.

* 시댁의 설명절
큰 서방님네는 설명절을 제주도에서 지내게 되었고,
막내 서방님네는 오늘은 동서네서 하룻밤을 자고,
내일 오전에 우리와 함께 산소를 찾아 부모님을 기억하고,
우리 집엔 잠시 방문하고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꼭 이때가 아니어도 되긴 하지만 교통이 밀리면 밀리는 대로...

* 나의 설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이 아침,
멀리 있는 가족들의 소식으로 가족의 향수를 달랩니다.
미국 살 땐 한국 소식으로 그 향수를 달랬는데...

매일이 설명절 연휴인 내게 오늘의 모닝커피는 아쉬움을 이겨내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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