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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시카고는 여전히 영하의 기온에 눈까지 내린다는데,
이곳은 화창한 봄날 주말입니다.
벚꽃은 이미 한 두 잎 지기 시작했습니다.

라일리네는 아침 일찍 사촌의 축구 게임을 응원하러 나갔습니다.
덕분에 나는 혼자 호텔에서 쉬기로 합니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미스터 선샤인의 주인공인 김태리가 나온다기에 보기 시작한 로맨틱 드라마)를 보며 소녀 감성에도 젖어보고,
점심으로는 맛난 식당마다 남겨서 가져왔지만 먹을 기회가 없어 냉장고에서 뒹굴던 음식을 데워먹고,
주변을 산책하러 나갔다가 호텔 너머에 있는 크고 작은 가게들을 발견했습니다.
이탈리안 마켓이 눈에 띄어 들어가 보니 이태리 음악과 이태리 물건들이 가득해 마치 이태리에 간듯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커피와 젤라또를 주인인듯한 캐쉬어가 계산을 하면서 자기는 뉴욕에서 왔는데 나는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
동양 어디에선가 왔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겠지만 내가 시키고에서 왔다고 하니,
웃으면서 원래(originally)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이라니 반색을 합니다.
쇼핑 품목에서 커피를 보더니 에스프레소를 마시냐고, 원하면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머신에서 커피를 내려 설탕을 살짝 넣어 만들어준 커피는 오래전 서유럽 여행 때의 부드러운 맛입니다.

기분 좋은 커피 향에 취해 호텔로 돌아오니 딸네 가족이 돌아왔습니다.
날이 덥다며 팝시클을 찾습니다.
라일리는 사촌 오빠팀이 이겼다며 흥분하면서 할머니도 같이 갔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저녁엔 조금 쌀쌀했지만 동네 파크에서 스테이크를 구워먹었습니다.
솜씨 좋은 사위의 멋진 요리로 저녁엔 여느 식당 부럽지 않은 스테이크를 즐겼습니다.

낮에는 애어컨디션을, 밤에는 히터를 틀어야 하는 봄날의 환절기는 이렇게 기분 좋게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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