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점심 약속이 꽉 찬 나름 바쁜 주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전달되어야 하는 빵도 열심히 즐겁게 구웠습니다.

* 바나나 빵과 ‘큰집’
월요일 아침엔 갑자기 이웃 주에 사는 지인이 3 가정과 함께 번개팅을 하지고 3시간을 달려왔습니다.
아침에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옆지기가 빵은 안 굽냐고 합니다.
발효빵은 커녕 소다빵을 굽기에도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라 망설이다가 약속시간 10분 정도 늦으면 향긋한 바나나빵을 전달할 수 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구웠습니다.
그러나 급하게 구운 티를 내느라 모양이 ㅜㅜ
뭐든 급하게 서두르면 모양은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도 점심 식사 후 별다방에서 커피와 함께 맛나게 먹었습니다.
카페 중 유일하게 외부 음식이 허용되는 카페입니다.

점심 식사는 ‘큰집’에서 애피타이저로 순대 볶음과 메인요리로는 오징어 돌솥밥을 먹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집인데 음식에 정성이 담긴 노력이 보여서 별 4개를 주었습니다.

* 단팥빵과 치즈빵, 그리고 ‘전주집’
화요일엔 크림치즈 넣은 단팥빵과 파 넣은 마늘 치즈빵을 구웠습니다.
발효빵을 만들려고 이른 아침부터 반죽을 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확인해 보니 버블로 화답합니다.
크림치즈 넣은 단팥빵은 울 아들이 인정한 맛입니다.
파 마늘 치즈빵은 남편이 선호하는 빵입니다.
내 입에 맞으면 타인의 입에도 맛있을 겁니다.

가끔 뵙는 어르신들이 염소탕으로 몸보신(?) 하는 ‘전주집’엘 갔습니다.
남자 어른이 다섯이고 여자는 둘이기에 남남북녀로 앉았습니다.
그리곤 우리 둘은 2인분만 가능한 염소 전골을 시켰습니다.
염소 전골을 먹고 남은 국물에 볶음밥을 볶아준다기에...
오호~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남자들이 흘끔거리며 우리 볶음밥을 부러워합니다.

* ‘밥친스’와 ’ 살아야 하는 이유‘
수요일엔 일리노이주에서 4번째로 맛있다는 ‘밥친스’ 맛집을 경험했습니다.

40년전 중국인 아버지와 딸이 문을 연 해물 전문 식당인데 최고의 재료로 최선의 음식을 제공해 명성을 얻다보니 시작은 175석이 몇년 지나지 않아 650석으로 확장했음에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성공을 했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시카고로 최근에 이사 오신 어르신 내외분이 꼭 가보고 싶어 하셔서 수양딸내외와 함께 초대해 주셨습니다.
울 집에서 큰길 건너 거리의 식당이지만 비싸기에 정작 가보지 못하고 지나만 다녔습니다.
1, 2년 전 울 아들이 가고 싶었을 땐 킹크랩의 공급이 부족해 맛도 없고 값도 비쌌기에 경험할 기회를 지나쳤습니다.
언제 가보나 했는데 어제가 그날이었습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킹크랩을 포함한 여섯 가지 다양한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여유있게 버터와 마늘에 샤워끝낸 빵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이 신속히 나오기도 했지만 맛이 좋아서 열심히 먹고 있는데,
다 먹어갈 즈음 옆지기가 오고 싶어했던 아들에게 보여줄 사진은 안 찍냐고,
했을 때는 이미 테이블의 킹크랩이 소화될 무렵이었습니다 ㅋㅋ
그런데 킹크랩이 맛은 있었지만 1, 1/2 다리가 백 불이니 가성비는 0점입니다.
다른 음식들도 비싸긴 했지만 짜지 않고 묘하게 맛있어서 이래서 맛집이구나 싶었습니다.
다음에 갈 기회가 있으면 수양딸이 먹고 싶어 하던 랍스터 롤을 나도 먹어 봐야 겠습니다.
밥친스... 손님 접대용으로는 가볼 만한 식당입니다.

선물로 드릴 빵을 구우려니 빵밀가루가 바닥이 났습니다.
다행히 옆지기의 최근 저서인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저자 사인과 함께 빵대신 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 집밥과 아티잔 브레드
6년을 한국서 살다가 최근에 이곳으로 이사 온 지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오래도록 앉아서 회포를 풀려고 집밥을 선택했답니다.
두 번의 우리 집 초대에 대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 메인 메뉴가 세 가지(해파리냉채, 소고기 쌈, 아귀찜)도 넘었습니다.
여기도 애피타이저로 나온 해파리냉채를 먹다가 이야기 속에 묻힌 음식들의 사진은 생략되었습니다.
진짜 정성껏 준비해서 모양과 맛이 엄청 좋았는데...

바닥이 난 빵밀가루를 사러 나가기 귀찮아서 일반 밀가루로 아티잔 빵을 구웠습니다.
게으르게 시작된 빵인데 부지런하지 않으면 작품이 나오지 않으니 인생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어제 오후에 재료를 잘 섞어 밤새 실온에 발효하고,
오늘 낮에 가는 시간에 맞춰 이리저리 굴려서 성형하고,
뚜껑 덮은 빈 무쇠솥을 오븐에 넣어 475도에 30분 예열하고,
반죽 넣고 뚜껑 덮어 30분 굽고,
뚜껑 열어 10분 추가로 굽고,
꺼내서 30분 식힘망에 식히고...햐아~
더욱이 최근엔 천연가스가 두세 배 올라가니,
아티잔 빵은 비싼 게 정상입니다.
빵을 선물 받은 지인이 유난히 좋아해서 나의 정성과 땀은 보상받았습니다.

나는 당연히 맛있지만...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