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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엔 농부
서늘한 여름날은 농사짓는 분들에겐 최악이라고 합니다.
더울 때 더워야 곡식이 열매를 충실히 맺을 수 있답니다.
우리야 생업이 아니니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이기에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발코니에 나가보니 건너편 중국 할아버지네 발코니엔 다양한 넝쿨들이 신나게 올라가지만,
참외인지 수박인지 모를 우리 집꼬마는... 여전히 귀엽습니다.
게다가 벌이 찾아오질 않아 열매도 여전히 없습니다.
* 오전엔 요리
최근 들어 주변에 지인들의 코로나 확진이 많아졌습니다.
젊은이들이야 조금 열나고 쉽게 회복되지만,
어르신들은 여러 날을 심하게 아프고 회복이 되기도 하고 병원까지 가시는 분 들도 계십니다.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는 권사님 한 분이 코로나에 걸리셨는데,
열이 얼마나 심한지 용광로에 들어간 듯 뜨겁다고 표현합니다.
게다가 권사님 남편은 라면도 못 끓이는 분이라서...
점심을 드실 수 있도록 집에 있는 재료들로 야채 참치 죽, 감자와 꽈리고추 볶음, 호박 볶음, 깻잎 볶음을 만들었습니다.
관절염이 심하신 분이어서 저염식을 하시기에 싱겁게 만들었는데
남편이 "맛이 없는데..." 라며 사기를 꺾습니다.
사람들은 음식이 짜면 짜다고 하지만 싱거우면 맛이 없다고 한다며 소금 간도 적당히 하라는 백 사부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래도 남편이 먹을 건 아니니까 상관이 없습니다.
* 그리고 배달
집에서 15분 거리의 권사님 댁에 배달을 갔습니다.
사정상 현관문 앞에 놓고 오려고 했는데...
남편 집사님이 문 앞에서 환대를 하십니다.
당신은 아직(?) 코비드 검사가 음성이라며 스스로의 면역성을 과시하십니다.
그리고는 당신이 가꾸는 정원을 자랑하십니다.
자랑하실 만큼 히비스커스 꽃이 정말 예쁩니다.
권사님께서 초췌한 모습으로 나오셔서 멀리서 인사를 하더니 남편에게 볼맨 소리를 합니다.
정원만 가꾸지 말고 마누라 면역성 키우는 음식도 좀 만들어 보라고...
* 오후엔 청소
내일 쓰레기 나가는 날이라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도 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버릴 것이 많습니다.
아직도 크로젯에 숨어서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들이 꽤 있습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정리는 이 땅을 떠날 때나 끝이 나려나 봅니다.
* 늦은 오후엔 산책
집 앞 백조의 호수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첫 바퀴엔 백조들과 거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풀을 뜯고 있었는데,
두 바퀴째는 백조들이 물로 내려가자 거위들이 긴장을 합니다.
우 씨~ 거위들이 주인이고 백조들은 잠시 입주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모셔온(?) 것들입니다.
봄에 부부가 와서 새끼를 낳고 새끼들이 장성해서 날을 수 있으면 본 고장으로 돌아가는...
주인도 아닌 것들이 다니러 와서는 깡패처럼 주인 행세를 합니다.
백조는 거위나 오리가 사료통 근처에만 가도 풀밭으로 올라갈 때까지 죽어라고 쫓아냅니다.
평화롭게 살면 좋을 텐데... 외지인인 나는 백조가 밉습니다.
백조가 우아한 모습과는 달리 아주 못 됐습니다.
백조와 거위를 바라보면서,
호수는 대한민국이고 거위는 우리 민족이고 백조는 일본인듯한 생각이 듭니다.
새들도 인간들도 전쟁 말고 평화를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해는 서편으로 넘어갔습니다.
걸어야 사는 나이가 되니 이제 걷는 것도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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