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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나름 미니멀리즘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떠날 시간이 다가와 정리를 시작하니 버려야 할 것들과 팔거나 나누어야 할 것들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단순히 이사를 가면 버릴 것만 처리하면 되는데,
아예 거처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기려 하니 상황이 다릅니다.
사실 이사도 배우자의 사별 다음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데 이사 아닌 완전 정리를 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엔 큰 물건들(침대와 소파, 운동기구...)들이 버거워서 걱정이었고,
그다음엔 값이 나가는 물건들(내가 애용하던 부엌 용품)은 아까웠고,
그리고 나머지 자잘한 추억담긴 물건들은 내 곁에서 떼어내기 아쉬워서...

그러던 차에 뜬금없이 멀리 이사 간 젊은 지인이 자기 친구가 한국에서 어머니와 이모가 오시는데 침대가 필요하다며 퀸베드를 달라고 합니다.
사실 그 침대는 디트로이트에 이사 갔을 때부터 쓰던 것이기에 14년이 된 침대여서 주기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니 주기로 합니다.
멀리서 지인이 친구대신 침대를 보러 왔다가...
처분해야 하는 킹베드 세트와 운동기구 소파... 등등을 모두 가져가기로 합니다.
그 친구 가족은 공무원 연수를 왔다가 미국이 좋아서 한국의 직장을 사직하고 이곳에서 영주권을 받아 7년 동안 살고 있지만 앞으로 4년 후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서 살림을 마련하지 않고 살았기에 이 기회에 우리 집 물건으로 자신의 홈을 업그레이드(ㅋㅋ) 시키겠답니다.
남편 직장 때문에 멀리 떠나긴 했지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옮길게 아니라 그냥 우리 집으로 이사를 들어오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물건은 사면 그때부터 중고가 되는 것이기에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모두 굿윌(good will)에 도네이션 하려 했기에 알아서 가져가 준다니 너무도 고맙습니다.
어차피 기증할 수도 없는 큰 물건들을 알아서 가져가 준다니...
물건을 가져가는 값으로 이틀동안 하게 될 무빙 세일(estates sale)을 도와주겠다니 그것도 고맙습니다.
주말이라 옆지기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에...
자의로 타의로 내 삶의 부분이던 값나가는 부엌 물건들을 집안 구석구석에 줄을 세우는 중입니다.  
덩치 큰 물건들은 이미 소유권이 넘어갔으니...
나머지 물건들은 작은 비용으로 누군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 주길 바램으로... 
세일 후 나머지는 굿윌에 도네이션 하면 되니까...
물건 정리가 은근 걱정됐는데 이렇게 사람을 통해 도움을 주시니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들에게서 받았던 선물들
뜯지도 않았지만 아들 결혼 선물로 받아 우리집에 보관중이던 비싼 건조기, 아들내외가 쓸 기계가 아니기에...

참, 물건 정리 중에 재밌는 일도 있습니다. 
한국의 당근마켓 같은 오퍼업(offer up)에 작지만 값나가는 물건들을 작년부터 팔기도 했습니다. 
10여 년 전 선물 받아 한참을 쓰다가 이제는 외면받는 아주 오래된 만년필을 올렸더니 명품을 알아보는 구매자가 쉽게 나타났고 그래서 바로 배송을 했는데...
대화창에 올라온 그의 메시지는 좀 수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가 트랙킹을 해보니 물건이 그의 집 근처로 왔다가 다시 우리 집 근처로 돌아가는 중이랍니다.
작년부터 그 앱을 이용해 판매하고 배송을 해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그런 그의 메시지에 ”고래~ 내게 돌아오면 다시 너한테 보내줄게 “ 했지만 물건은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의심쟁이 옆지기에게 보고하니,
그의 답은 “그 사람 많이 수상한데...”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사람에게서 사기꾼 냄새가 나긴 했지만 난 그에게 그 만년필을 선물로 준 셈 치겠습니다.
만년필... 누군지 모르지만 부자 되세요^^

후기,
우리가 사기꾼으로 의심했던 바이어에게서 3일 뒤 응답이 왔습니다.
물건을 받았고 맘에 들어서 바로 입금을 했다는...
손이 모자라 늘 조마조마한 우편물이 느지막이 배달이 된 모양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그 바이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애매하게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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