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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법을 두 번 어기고도 살아남았습니다.
한 번은 캐지 말라는 산마늘을 캤고,
그다음은 무단횡단을 했습니다.
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오후에 길 건너 강가를 걷다가, 이제는 다른 풀들이 올라와 거의 보기 힘든 산마늘, 게다가 많이 쇠어서 먹기 힘든 산마늘 한 뭉치가 저만치 나무밑에서 내게 손짓을 합니다.
힘을 주지 않아도 일주일 동안 비가 와선지 쉽게 뿌리까지 올라옵니다.
뿌리까지 뽑으면 다음 해야 올라오지 않기에 뿌리는 뽑지 말라고는 들었지만,
뿌리가 맛이 더 좋은 게 문제입니다.
암튼 많이도 아닌 10여 뿌리를 뽑아 들고 걷고 있는데,
숲 속 병든 나무들을 치료하느라 카운티에서 나와서 약을 뿌리며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내 손에 들려있는 산마늘을 보면서 보호받는 숲 속에선 풀조차 채취하면 안 되신다고 하기에,
이곳엔 사인이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더니(실제로 사인이 없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어디서든 공유지에서는 아무것도 캐면 안 된다는 확인과 함께,
압살롬처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멋진 청년이 윙크를 하며 자기는 안 본 걸로 해줄 테니 알아서 하라며 지나갑니다.
그 말인즉은 내가 법을 어겼으니 그 청년이 맘만 먹으면 나는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게 한 뿌리든 한 자루든 법을 어긴 건 어긴 거니까~
게다가 그동안 수없이 캐왔던 산마늘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렇게 나는 숲 속에서 날개 없는 천사를 만났습니다.
앗 뜨거워~ 했으니 이대로 산마늘에 대한 미련은 사라질 것 같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c9O1z5/btsdPKp5VrP/KhL3XqC06eKA3lpjCOko8K/img.jpg)
산마늘 길을 따라가느라 트레일과 트레일 사이의 차도를 위험을 무릅쓰고 건넜는데,
되돌아가려고 보니 무단횡단 하지 말고 건널목으로 건너라는 표지판이 붙어있습니다.
이런~저쪽엔 표지판이 없어서 건널목이 아니어도 죄책감 없이 건넜지만 이번엔 이 표지판을 보고는 건널 용기가 없어서 저만치 신호등 있는 건널목으로 돌아서 건넜습니다.
사실 미국은 횡단보도를 지키지 않아도 법적인 규제는 없고 어디든 보행자가 우선이긴 합니다만...
율법이 없으면 죄가 죄임을 알지 못한다는 말씀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조차 우리 하나님은 나의 모든 걸 보고계심을 알고 있으면서 또 눈 가리고 아웅을 했습니다🫣
에구 주여, 그렇게 나는 늘 얇은 실속과 유익 앞에 넘어집니다.
그래서 주님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https://blog.kakaocdn.net/dn/bxO7r4/btsdQcfxMbW/NhhJLp3UY6DNGOMIEw2NSk/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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