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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먹고 또 먹고...(감사 475)

매일 감사 2023. 3. 17. 23:17

* 먹고...(수요일)
얼마전 했던 디스크 수술이 잘못된 재수술하게 된 집사님의 남편을 뵈려고 갔는데...
이 분들은 60이 넘어서하는 재혼을 초혼보다 더 성대하게 했던 로맨틱한 부부입니다.
부인 집사님은 딸 셋이 아주 어렸을 때 바람이 나서 떠난 남편대신 힘들게 일하면서 딸들을 잘 키워낸 훌륭한 어머니입니다.    
새로 만난 남편은 미국에서 태어난 푸에토리코 출신인데 컴퓨터와 디자인을 공부하고 사업으로 든든한 재력을 갖춘 낭만이 넘치는 분입니다.
그 남편이 디스크 수술을 받게 되었고 그 수술이 잘못된 다시 받게 되었는데 방문한 우리를 환자 모드가 아닌 쥔장 모드로 우리를 환대합니다.
음식으로 활짝 꽃 피운 대화로...
게다가 우리의 방문을 감사하며 튤립꽃다발까지 안겨주며...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번엔 수술이 잘 되기를 축복하고 먹고 헤어졌습니다.  

* 또 먹고...(목요일)
85세 권사님이 그냥 모임을 만들어 초대를 해 주셨습니다.
평균 연령 85세...
목적과 이유는 없고 그냥...
이 모임을 만들려고 2달 전부터 준비를 하셨던 이유를 식당에 도착해서야 할게 되었습니다.
이 동네에서 제일 맛있고 비싼 양식당(wildfire)인데,
맞춤형 메뉴와 개인 방을 잡아서 우리끼리 조용하게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준비를 해 놓고 초대받은 모두를 기분 좋게 해 주셨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드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사실 그 집사님은 인간적으로 남에게 이렇게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이 아닙니다.
그 연세에 경기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와 디자인을 공부해서 사업가로 돈을 많이 벌었답니다.  
그러나 젊을 때 ceo였던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고,
하버드를 졸업한 똑똑한 외동딸마저 우울증으로 먼저 떠나보냈기에 가족이라곤 교회 식구들 뿐이기에...
자신이 있는 건 돈 뿐이고 그 돈을 죽기 전에 다 써야 한다며 오늘은 이 식당 내일은 저 식당을 다니며 지인들에게 밥을 사줍니다.
게다가 그 식당에 당신이 아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들의 음식값까지 내준답니다(소문).
우리는 몇 번 만나 맛난 음식을 대접받았지만 다른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이벤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귀빈 대접을 받으며 맛난 음식을 먹었고 뷔페로 서빙받은 남은 음식까지 싸왔습니다.  

올해 87세 되신 권사님 한 분은 자신이 밥을 해 먹지 못하는 순간을 염려하는 발언을 했다가,
그들 중 제일 부자인데 다닐 수 있을 때 다니며 맛난 거 먹다가 돌아가시라고 충고를 받으십니다.
그러면서 제일 부자가 그로서리 후드 코트에만 다니지 말고 우리가 만난 고급 식당에서 지인들도 만나 음식도 사주며 즐겁게 사시라고.....
몸이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서 85세 권사님은 일주일에 3일 라인댄스까지 다니는 건강을 자랑하지만,
일상의 염려가 가득한 87세 권사님은 걸음도 제대로 못 걸으십니다.
같은 돈, 비슷한 환경으로 감사와 기쁨, 그리고 죽음에 대한 염려가 함께합니다.
시간도 돈도 생각의 차이일 뿐입니다.  


아직도 겨울인데 여름 동네를 다녀와선지,
시니어가 젊은이들처럼 배낭여행을 해선지,
화요일부터 으슬으슬 춥던 몸이 수요일부터 제대로 아픕니다.
증상은 몸살이지만 코비드가 제일 먼저 의심을 받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야 하기에 검사는 했고 음성이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모임에 나가 다니다 보니 더 힘들어진 듯합니다.
오늘은 죽을 끓고 먹고 푹 쉬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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