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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코비드를 용하게 잘 피해 다녔는데 마침내 술래에게 잡혔습니다.
문제는 술래가 너무도 많아 어디서 누구에게 잡혔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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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시티?
어차피 우리가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미국에서는 거의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 시기였습니다.
멕시코도 역시 식당에서 서브하는 사람들 외에는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라 당연히 우리도 자유롭게 다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머물던 숙소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걷는 한국의 명동 거리처럼 아주 복잡한 소깔로 광장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세계 여성의 날 전후로 3일 동안 멕시코 전역의 여성들이 모여 시위를 하던 때였기에 그 복잡함이란 말로 설명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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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돌려 그곳에서 가까이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아침마다 멋진 음식과 함께 만난 숙소 주인 울프 아저씨, 참새 방앗간처럼 매일 저녁 들러 잡담하던 추러스 가게 총각, 국립 인류학 박물관에서 만나 함께 다니던 파리 처녀 앨리스, 티오테우아칸 출구에서 만나 숙소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마스크도 없이 한 시간 내내 수다 떨던 한국인 가족, 예술 궁전 앞에서 우리의 사진사가 되어주었던 걸인 시인 할아버지, 돌아오는 공항에서 2시간의 딜레이를 기다리며 우리가 한국인인걸 알고는 k-pop, bts 등등의 주제로 떠들던 세명의 미국인 남자들...
가는 곳마다 말만 통하면 친화력 좋은 나의 성품(ㅋㅋㅋ)으로 만든 많은 인연들을 일일이 다 셀 수 없기에 누가 술래였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외에 한국과 같은 듯 다른 문화를 호기심으로 기웃거렸던 곳에도 늘 사람이 북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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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멕시코 시티 여행을 안전하게 마치고 토요일 저녁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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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아침엔 몸에 이상이 없어도 여행 후의 통과의례처럼 코비드 검사를 했고 이상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교회에서는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썼지만,
사실 식사시간에 마스크를 벗어야 하기에 다른 시간에 쓰는 것에 대해 냉소적이긴 했지만...
월요일과 화요일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화요일 저녁엔 체육관에 스트레치 클래스까지 다녀왔습니다.
참, 화요일엔 멕시코 시티 여행담을 듣고 싶어 하는 수양딸과 브런치를 꽤 오랫동안 함께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지극히 정상이었습니다.
* 치과와 교인 방문?
6개월마다 정해진 스케줄대로 치과를 방문했지만,
의사와 조무사, 그리고 리셉션에 있던 상냥한 여인까지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술래가 아님이 분명합니다.
금요일에 척추 수술을 이틀 앞둔 교인에게 전화만 하려 했는데,
최근 황혼 결혼 후 이런저런 바쁜 일로 신혼집에 초대하지 못했다며 꼭 방문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십니다.
부인집사님이 여전히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어서 음식은 캐터링으로 멋진 밥상을 준비하고는 남편의 수술 외에는 너무도 행복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 church gethering?
그렇게 나흘이 지난 후,
목요일 아침부터 목이 아프고 온몸이 욱신거리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코비드 증상과 비슷하기에 시차를 두고 검사를 두 번했고,
모두 음성이 나왔기에 감기 몸살로 스스로 진단하고 두 달 전부터 예약된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교회 분규 때 떠났다가 돌아온 교인들과의 모임이었는데 이상하게 약속만 하면 급한 일정이 생겨 취소 되는 바람에 이번이 세 번째 모임이었기에 이번엔..
모임을 간절히 원했던 권사님이 고급식당의 개인방을 빌려 4시간이 넘게 이벤트를 해주셔서 함께했던 9명은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그날 오후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죽을 만큼 아파서 진통제를 먹으면서 거의 침대에 누워서 지냈습니다. 그때에도 여전히 코비드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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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일 아침 아픈건 낫긴 했지만 그래도 교회에 가기 전에 코비드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 나옵니다.
헐... 이건 또 뭡니까?
아플 땐 음성이더니 다 나으니까 양성?
내 몸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그 빨간 두 줄 표시에 의해 억지로 5일 동안 격리를 해야 하니 오늘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live/csyLu9nHUsY?feature=share
이 모든 시간들을 함께 했던 옆지기가 음성인 게 기적같이 신기합니다.
자가 진단했던 감기 몸살 이후 옆지기와 서로 마주치지 않긴 했지만,
서로 다른 것이 이번엔 아주 다행입니다.
나를 ‘you are it' 한 술래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이젠 나 때문에 술래가 된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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