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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맑지만 지난번 내린 폭우로 여전히 트레일 곳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그 상황에서 갑자기 새로운 길을 걷자고 합니다.
그래서 숲길을 벗어나 이웃 동네를 걸어서 집 앞 강가로 돌아 오려 했는데 강물이 불어서 얕은 다리와 뚝길이 모두 물이 넘쳐납니다.
다시 되돌아가면 되지만 얼마 안 가면 집 앞인데 싶어서 야생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없는 길을 만들어내며 뒤돌아 가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혼줄이 났습니다.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다던 옆지기의 소원도 들어주시는 고마우신 울 아버지 ㅋㅋ

여기서 뒤돌아 갔어야 했는데...
강뚝이 잠겨서 야생길로 올라가면서 앞일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숲속에 예쁘게 올라온 수선화

로버트 프러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며...

노란 숲 속에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여행자이기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구부러지는 데까지
눈 닿는 데까지 멀리 굽어보면서

그리고 다른 한 길을 택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좋은 이유가 있는 길을
풀이 우거지고 별로 닳지 않았기에
그 점을 말하자면
발자취로 닳은 건 두 길이 사실 비슷했지만

그리고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밟혀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묻혀있었다
아 나는 첫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길은 계속 길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에
내가 과연 여기 돌아올지 의심하면서도

어디에선가 먼 먼 훗날
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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