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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없이 나타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서로 연락을 안 하며 지내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가까이 지내던 디트로이트 식구들이 우르르 나타났습니다.
제대로 깜짝쇼를 성공했다며 모두 행복해합니다.
가깝지도 않은 위스콘신(3시간 거리)에서 토요일 저녁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함께 예배도 드리고 그리운 얼굴들을 보려고 왔답니다.
반가운 사람들...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지나온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디트로이트 살 때 5시간 거리의 이곳 시카고에 오면 찜질방에서의 하룻밤과 한국마켓 그리고 한국식당이 코스였습니다.
그들도 역시 원래의 코스대로 찜질방과 호텔에 흩어져 하룻밤을 묵었고 한국마켓에서 장(한 달 치)을 보았고,
잊지 않고 사가야 하는 만두를 챙겨가면서 우리 것도 전달해 주고 떠났습니다.
우리는 동네이어서 언제든지 원하면 달려가 먹을 수 있는 곳이지만 그 만두는 특별했습니다.
어린 왕자의 장미같이...
만두와 함께 그리움은 다시 남은 자의 몫이 되었습니다.
반가움과 그리움을 떠나보낸 허전한 마음에 불쑥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습니다.
한국식 고기구이 집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중에,
작년에 울 동네 가까이 ‘kbbq’라는 단정한 식당이 문을 열었는데,
맛이 깔끔해서 아이들 오면 데려가려고 벼르던 식당이었지만 아직 다시 가지 못했던 곳인데...
고기를 구워 주어야 하는 종업원이 바빠서 모임의 최연소(?)인 내가 서빙을 하다 보니 사진은커녕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더 시키시려는 걸 마다하고 대신 먹고 싶은 냉면으로 대체했습니다.
냉면 생각이 없던 분들도 솔깃하기에 냉면도 3개를 시켜 반씩 먹었는데 그 마저도 맛있어서 국물까지 모두 아낌없이 마시는 걸 보고 호스트가 흐뭇해하십니다.
추가로 고기를 시키지 않아 돈이 굳었다며 담에 또 오자고 레인체크를 날리십니다.
6명이 생갈비 6인분을 시켜 먹고 갈빗대가 6개가 생겼고 알뜰한 분이 갈비탕을 끓이시겠다기에 봉투에 담았는데,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가 너무 알뜰하게 고기를 잘랐다며 가져가길 포가 하시는 바람에 그 봉투는 내게로 왔고,
버릴까 하다가 생각지도 않은 갈비탕을 끓였습니다.
인스턴트 팟이 해주긴 했지만 기름이 온 주방을 미끌거리게 합니다.
갈비탕은 식당에서 먹는 걸로~

그런데 음식 가격이 작년 11월 대비 배는 오른 기분입니다.
그때도 같은 분들과 갔었고 비슷하게 먹었는데...
6명이 먹고 나온 금액이 400불이고 팁은 거의 80불을 줘야 하니...
고기야 먹었으니 지불하는 게 당연하지만 팁은...
게다가 고기 굽는 서빙을 몽땅 내가 했는데...
과거에 팁으로 생활하던 유학시절을 생각해 팁을 잘 주는 편임에도 최근에 지갑이 얇아지면서 가끔은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암튼 최근 고 물가 시대에 팁문화가 가끔은 화제입니다.
고마워서 자발적으로 주는 팁의 %가 강제로 요구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팁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인들에게 종업원과 손님들 사이엔 별별 희한한 사연들이 많습니다.
사회가 그만큼 각박해진 걸까...
암튼 고마운 분들과 함께 먹은 교회 국밥과 배달된 만두, 그리고 싱싱한 갈비구이와 냉면 모두 맛있었습니다.
후기,
오늘 점심 메뉴는 어제 어쩔 수 없이 끓였던 갈비탕입니다.
모양도 맛도 많이 부족하지만 스스로를 토닥이며 먹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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