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 제목 때문에 살짝 망설이는 나에게,
이미 읽으신 권사님의 엄지 척으로 빌려온 보석 같은 책입니다.
![](https://blog.kakaocdn.net/dn/dZgFLU/btscKEXIfdQ/yyTOCWW4hoziu7ag12pksk/img.jpg)
나와 동갑내기인 정신과 여의사가 파킨슨으로 22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특별한 책입니다.
이 특별한 책은 같은 제목의 나단 스테어의 시를 언급하며 서두를 엽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파킨슨 병은 앞만 보고 달려온 그녀에게 긍정적 터닝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로 많은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마음이 아픈 그들을 통해 이전과는 다르게 서로를 치료하는 과정을 담은 잔잔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건강한 어른은 양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하는 능력과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즐거움을 추구하고 즐길 수 있으며, 고통을 맞서 싸워 나가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배우며, 이룰 수 없는 것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안다.
...
잃어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고, 좌절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며, 불완전함 속에서 감사와 용서를 배운다."
건강한 어른은 지금 나의 자리가 어디인 줄 아는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용서는 내 마음에서 분노와 미움을 떠나보내는 작업이다.
그래서 내 마음이 다시 고요를 되찾아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며 떠날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자신과 상대에 대해 품고 있던 이상을 접고,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작업니다.
즉, 상대도 나와 똑같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애정을 쏟아부을 가치가 없는 그에게 몰두했던 내 에너지를 거두어들이는 작업인 셈이다."
용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충고는 기본적으로 '너는 틀렸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틀렸더라도 막상 지적하면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할뿐더러 청개구리처럼 엇나가고 싶어 한다.
나도 충고를 들으면서 엇나가고 싶은 마음을 느꼈었다.
그러니까 내가 충고를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충고를 들었을 때 싫었기 때문이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은 법이다.
그리고 아무리 충고를 해 줘도 그 충고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결국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되어 있다.
...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충고를 하고 싶다면 그를 내 생각대로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어차피 그는 당신의 충고를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가만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난 후 조심스레 당신의 의견을 말해 주어라.
그리고 결정은 그에게 맡기라.
설령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그것은 그의 몫일뿐이다."
충고를 빙자해 지적질과 잔소리는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 속에 소개된 문정희 시인의 '남편'...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https://blog.kakaocdn.net/dn/xymMj/btscBDsMYvE/YSpkkmoraffkoaefEygH2K/img.jpg)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부부일지라도,
"아무리 사랑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는 오래 살았기에 서로를 잘 알 거라고 여겨 생략하는 말로 인해 서로를 너무 모르고 살아갑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 맞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일지라도 서로에게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외에도 대인 관계와 가족 간의 갈등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따뜻한 마음이 주옥같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끝나도 누군가의 삶은 여전히 이어져 가기에 그 누군가의 삶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풍요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삶을 정리해 가는 그녀의 비킷리스트를 읽으면서 나의 그것도 떠올려 봅니다.
* 파킨슨병 22년 차인 그녀의 버킷리스트
그림 그리기
우리나라 바다 한 바퀴 돌기
다른 나라 언어 배우기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서 대접하기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에게 욕 실컷 하기
세상에 모든 책 읽어 보기
책 1권 쓰기
남편과 무인도에 들어가 일주일 지내기
가족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기
조용히 온 데로 다시 가기
'일상(Daily Bless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멋진 봄날(감사 522) (4) | 2023.04.27 |
---|---|
멈춘듯 흐르는 세월(감사 521) (3) | 2023.04.26 |
맛있는 하루(감사 518) (4) | 2023.04.24 |
또 봄날(감사 517) (2) | 2023.04.23 |
봄날...(감사 516) (4) | 2023.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