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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를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날아와 5월 한 달 동안의 적응기를 끝내고 6월 한 달 동안은 파트타임으로 월, 화, 목, 금을 돌봤습니다.  
그나마 며늘이 화, 목요일만 뉴욕으로 출근하고 월,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했기에 정작 일주일에 이틀만 돌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7월부터는 5일을 근무할 예정이고 재택근무보다 사무실 출근 비중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수요일과 토요일엔 내가 뉴욕을 출근하듯 뚜벅이 박물관 여행을 다녔는데 수요일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 마지막 수요일에 내게 선택된 곳은 현대 미술관인 모마(MoMA) 입니다.
예전에 여행으로 와서 시간에 쫓겨 휘리릭 지나쳤던 기억뿐이기에,
이번엔 천천히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으로 들어섰습니다.  
휘리릭보나 자세히 보나 지나고 나면 잊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삭막한 빌딩 한가운데 폭 파묻힌 보석 같은 미술관입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빈센트의 ’ 별이 빛나는 밤‘은 직원이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달라는 부탁이 있고 나서야 가까이 볼 수 있었습니다.  

난해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등장하는 여인들의 표정과 각도 등등 당시엔 너무도 파격적이었고 지금도 설명을 들어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샤갈의 ’ 나와 마을‘은 명성대로 화려하고  따뜻한 마음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고호에게 모델이 되어준 우체부 요셉 룰랭은 가난한 시절 그에게 몇 안 되는 모델 중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내게 모델이 되어준 두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황금의 색을 많이 입혀 독특한 클림트의 ‘희망 2’를 보면서 오래전 빈을 방문했을 때 그의 대표작인 유명한 ‘키스’를 보고 그 그림에 빠져 양산과 가방 등등을 샀었는데 물건도 기억도 사라져 가는 중입니다.    
희망을 그리며 그 희망을 여지없이 짓밟았던 ‘희망 1’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들여다보니... 여전히 ‘희망 2’도  탄생과 죽음을 하나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마티스의 ‘춤’은 파란 하늘과 초록색 대지에 춤추는 여인들의 화려한 몸짓에 발길을 머물게 하는 작품입니다.

모네의 ‘수련’은 커다란 방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파노라마로 찍는 사람, 영상으로 찍는 사람, 자신의 모습을 인증으로 남기는 사람 사람 사람 사람들처럼 드넓은 그림은 봐도 봐도 끝이 없습니다.

멕시코 그녀의 박물관에서 그녀의 일생으로 접했던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이 있어서 너무도 반가왔습니다.
긴 머리를 사랑하는 남편에게 항의라도 하듯 남자처럼 자르고 그렸다는...

달리의 ‘기억의 지속’은 저렇게 작은 그림인 줄은 몰랐습니다.  
시간이 흘러내리듯 기억도 무의식 속으로 흘러 지속된다는 말인가?

엔드루 아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 속의 여인은 자신처럼 장애를 안고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몬드리안의 ’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복잡한 뉴욕의 거리를 세 가지 원색과 선으로 표현해 낸 작품입니다.

엔디 워홀의 ‘캠밸 수프’는 흔한 것을 흔하지 않게 만든 작품입니다.
온갖 종류의 깡통 수프가 모여있습니다.

미술관에 있는 모든 것은 예술이 됩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기억하고픈 마음도...

평등함을 표현하려는 무쇠 덩어리도...

화려한 그림만큼 아이의 무지개색 원피스도...

다양한 종류의 계란들도...

꼭 봐야 하는 그림들을 보고 나서는데 2층에 Joan Jonas의 작품 공연이 시작된답니다.
얼떨결에 앉아서 노장의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울로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기까지의 시간을 표현하는 행위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예술가는 뭔가에 미친 사람들이 틀림없습니다.
조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삶에 미쳐서 지금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낸 천재 예술가입니다.

박수받는 노년의 작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

그녀 작품 공연을 마치고 그냥 지나가려 했던 6층에 전시된 그녀의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난해한 그녀의 작품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하고,
그중 토롱이 이안이를 생각하며 그녀의 작품중 하나를 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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