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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당분간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고,
며늘도 이번주까지 역시 화, 목 이틀만 재택근무로 일을 하니,
이번 주 금요일부터 주일까지는 오롯이 나의 시간입니다.
그렇게 금요일 아침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나 “엄마는 뉴욕 센트럴 파크에 간다~”
아들 ”엄마 혼자서? 그것도 대중교통으로?”
나 ”응 엄마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
아들 “에이 나중에 차로 같이 가요~”
나 “아니 엄마는 혼자 다니는 게 더 좋아요!”
한국에서 6개월 지내면서 대중교통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더욱이 뉴욕은 차를 가지고 가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차로 다니면 장점도 있겠지만 뉴욕은 단점이 더 많습니다.

차로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건너면 시간도 거리도 반이 채 안 걸리는 거리이긴 합니다.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아들은 엄마가 버스 타고 뉴욕을 가는 게 걱정되는지 버스 타고 지하철 타는 정보를 열심히 설명합니다.  
NJ transit 앱을 다운로드하고, 가입해서 표를 예매해야 하고, 버스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하고, 타기 전에 엑티베이트도 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선지 며눌님까지 자기의 경험담을 통한 이런저런 정보를 열심히 알려줍니다.
구글이 있는데... 하며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 나의 하루를 길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뉴욕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집 앞에서 타니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뉴욕 건너는 사람들(관광객)이 앱대신 현금(4불 50센트)을 내고 타기도 합니다.

지시대로 158번 뉴욕행 버스를 타고 종점(port autority)인 42가(port authority)에서 내려 A 지하철을 타고 59가(columbus circle)에서 내리니 센트럴 파크의 남동쪽 입구가 나왔습니다.

우와~ 한국에 비해 환경이 많이 뒤떨어진 지하철에 오히려 애플페이(2.90불)가 됩니다.
웰컴투 뉴욕~ 웰컴투 센트럴 파크~

센트럴 파크는 예전에 아들이 뉴욕 살 때 옆지기와 방문하면서 갔던 곳이었고,
아들이 결혼하기 전엔 아들과 둘이서 뉴욕을 3박 4일 동안 이별 여행을 하면서도 갔었으니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파란선은 옆지기와, 빨간 선은 아들과 부분적으로 갔던 곳입니다.

옆지기와 또 아들과 갔을 땐 내 의지와 상관이 없었기에 혼자서 하는 여행은 나름 자유롭습니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멍 때리고 앉아 주변을 바라보면서 다니니 지치지 않게 다녔습니다.

입구에서 백마탄 아미고가 타라고 유혹을 했지만 걷기를 선택했습니다.
푸르름 속으로 여친 둘이 애견과 함께 걷는 모습이 반갑습니다.
손잡고 다니는 부부의 뒷모습도 아름답습니다.
구석구석 과일을 파는 사람들은 모두 히스페닉 입니다.
회전목마를 지나가니 손주들이 생각납니다.
전에 아들이 살았던 아파트가 저 멀리 보입니다.
가이드를 따라 그룹으로 The Mall 길을 투어 하기도 합니다.
보호받는 콜롬버스 동상...
귀여운 수채화 그림 옆서 판매대에서 비싼 화가 비용(원하는 만큼 내라기에 많이 내는 바람에...)으로 다가올 딸의 생일카드도 샀습니다.
베데스다 연못(Bethesda)으로 나가는 다리 입구를 멋있게 찍고보니 사이좋게 손을 잡고 지나가는 남정네가 사진 속에 들어와있습니다.
다리밑은 오래전 옛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옛것을 보존하는 건 좋은데 화장실의 잠금장치가 너무 옛날입니다.
모두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않는 그림쟁이를 칭찬합니다.
연못 주변에는 모두의 순간들을 추억으로 담기 바쁩니다.
누군가는 거북이들과 함께 식사를 합니다.
기억속의 안데르센이 앉아있습니다.
내눈에 멋있으면 누군가의 눈에도 멋진듯...자원해서 그들의 가족사진을 남겨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사진찍히기에 익숙한 듯 귀여운 포즈를 취합니다.
젊은 엄마가 신생아와 여유를 즐깁니다.
일광욕을 즐기는 아가씨들은 용감합니다.
외로운 첼리스트가 인적이 드문 다리 밑에서 쓸쓸히 연주합니다.
알렉산더가 로마로 빼앗아 간것을 훗날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이집트의 유산,클레오파트라의 바늘~
자연과 문명이 함께하는 잔디밭(Sheep Meadow)과 배경인 뉴욕 스카이 라인이 모두의 카메라에 담겨갑니다.
거대한 도시 뉴욕에 이런 아름다운 숲길이 있으니 녹색심장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배를 타고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모두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공원이 참 고맙습니다.
자연과 어울어지는 음악을 선물하는 할아버지도 감사합니다.
저 남자에게도 Bow Bridge 는 그냥 지날 수 없었나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호수에 비친 스카이 라인에서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 머물렀습니다.
존레논을 기념하는 곳(strawberry field)에선 여전히 그의 노래로 그를 추모합니다.

아들에게서 언제 집에 오냐고 연락이 올 때까지...
하지만 너무 여유 있게 다니다 보니 5시간 동안 다녔음에도 동물원, 캐슬, 셰익스피어 가든은 못 갔습니다.

갈길이 멀었습니다.

아들이 저녁 먹기 전에 돌아 오라기에 6시에 맞춰 돌아간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72가에서 지하철을 타고 42가까지 가는 걸 왔다 갔다 헤맸고,

안내 표지판이 없는, 건물옆에 붙어있는 지하철 입구를 발견한 것도 기적입니다.

버스역에 도착해서는 뉴욕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뉴저지만 있는 게 아니어서 또 헤맸고,
한참을 헤매고 탄 159번은 159R을 타야 하는데 내가 탄 것이 그냥 159여서 이웃 동네로 데려갔습니다.
데리러 온 아들이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아침에 설명할 때 잘 안 듣고 고생을 왜 사서 하냐며...
다음엔 종이에 써서 줘야겠다며...
아들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옆지기에게 이렇게 잔소리를 하나 싶어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ㅋㅋ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국밥집에서 저녁 주문을 할 건데 김치찌개와 감자탕 중 뭘 먹겠냐고 묻기에 감자탕을 먹겠다고 했는데,
아들은 그 말을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김치찌개를 시킵니다.
그 집은 김치찌개를 잘한다나 뭐라나...
감자탕은 뼈다귀 빼먹는 게 귀찮다나 뭐라나...
그럼 왜 물었는지 원~
아들에게서 내 모습이 보여 깜짝깜짝 놀랍니다.
황혼 육아와 함께 시작된 나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여행의 서막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뉴욕은 센트럴 파크뿐 아니라 가
봐야 할 곳이 참 많은 곳입니다.
한국이 그랬듯이...
그렇게 주변을 즐기다 보면 나의 시간은 또 저만치 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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