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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불명의 날벌레
아침의 내 안식처인 발코니로 나가려는데...
희한하게 생긴 날벌레가 내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니 ‘내가 뭘~’ 하며 날아갑니다.
날벌레로 인해 잠깐 나의 마음과 행동을 돌아봅니다.
계획에 없던 아침을 집에서 먹게 된 옆지기를 귀찮아했나?
옆지기에게 내 시간을 뺏겨서 불편한 마음을 가졌나?
하찮은 미물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시는 개구쟁이 성령님 ㅋㅋ
3가지 성인병 약 먹는 대열에 낀 옆지기에게 아침용 약을 먹었는지 물어봐줍니다.
그리고 늦은 모닝커피를 내립니다.
커피면 날벌레의 옅봄이든 뭐든 다 용서됩니다.
* 쟈스민 꽃 안녕~
언제였냐는 듯 밤새 내린 폭우로 어제 일곱 송이였던 쟈스민 꽃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폭우로 대지를 조금은 식혀주었지만 위로는 되지 않습니다 ㅜㅜ
참 짧은 꽃생입니다.
그렇게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한다는...
아랑곳없는 꽃기린은 끄떡없이 견뎌내고서 주인님의 칭찬을 기다립니다.
곁에 있어서 고마운 줄 모르던 빨간 꽃기린 꽃...
하지만 견뎌낸 꽃기린 꽃보다 떠나간 쟈스민 꽃에 마음이 쓰입니다.
하얀 쟈스민 꽃... 잠깐이어서 더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 반면교사
어제 오랫동안 벼르던 연로하신 권사님 내외분과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세 곳 중 한 곳을 선택하라며 보내온 멋진 식당 중 선택하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왠지 ‘답정너’인듯해 권사님께 선택권을 넘겨드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당신은 ‘블루피시’가 좋다며 그곳으로 가자 하십니다.
ㅋㅋ 어르신의 언어세계를 깜빡하고 실수할뻔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그분들과의 서너 번 만남을 통해서 보니,
권사님이 가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그 남편은 순둥순둥 부인의 결정을 따르는 듯했습니다.
그 단면으로, 메뉴를 고를 때 남편에게 묻지도 않고 당신 것과 같은 ‘테카 돈 두 개’라며 주문해 버립니다.
그 식당에 자주 가시기에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낯선 식당에 갈 때마다 선택장애인인 나의 옆지기를 위해 내가 주문해 주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잘못하다간 내 것까지 주문하실 기세여서 나는 언능 ‘포케 보울’을 주문했습니다.
‘난 뭐 먹지?’를 묻는 옆지기에게도 언능 건강을 생각해 ‘연어 밴도’을 주문해 줬습니다.
식사 중 그 권사님의 매너는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나의 옆지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권사님은 전문직을 가지고 일하다가 은퇴를 해서 연금이 많이 나오지만 남편은 여기저기 비즈니스를 하다가 접으시고 잠깐 우체국에서 일한 경력으로 인해 연금이 아주 작다며 남편의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이야기와 함께 고구마 뿌리처럼 딸려 나오는 크고 작은 불만족스러운 가정사들...
그 모든 이야기가 당신의 책임인 듯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워 밥을 먹었는지 눈치를 먹었는지 모를 시간이었고,
생활지능 빵점인 남편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시만 할게 아니라 조금 더 인내하고 배려하기로...
* 천국 환송
86세 집사님께서 질병으로 4,5년 동안 고생하시다가 이제 그 고통을 마감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아프고 슬픈 이 땅에서의 삶을 접고,
아프고 슬픈 고통이 더 이상 없는 천국에서의 삶으로...
그래서 우린 장례식을 ‘천국 환송’이라고 합니다.
그 집사님을 천국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 이미 여러 번의 수술을 통해 약해진 몸으로 교회 출석조차 힘든 상태였고,
팬데믹까지 겹쳐서 만날 수조차 없어서 제대로 뵙지 못했던 분이었지만...
어제 알게 된 이 땅에서의 그분의 삶은 정말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과 서울대 동문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조문객이 너무도 쓸쓸했습니다.
평소에 가족 외에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오셔서 8년을 출석했던 교인들 사이에서 조차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가족도... 딸 셋 중에 두 딸가정은 참석했지만 미혼인 막내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 동문회원들도... 가까이 지내던 몇몇 분들만이 고인에 대한 예의로 참석하신듯해 마음이 아팠습니다.
처음에 가족들이 장례식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들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부인 집사님이 남편은 꼭 천국에 가야 한다며 몇 번씩 확인하셨던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천국... 우리의 공로로 가는 곳이 절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세주로 믿으면 누구든지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이 땅에 오신 것을,
그분이 나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나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것을,
그리고 그분이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셔서 승천하신 것을,
그리고 그분이 마지막 날에 이 세상을 심판하시기 위해 다시 오실 것을 믿으면 가는 곳입니다.
내가 노력하거나 잘해서 가는 곳이 절대 아니고...
나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의 그 사랑하심을 믿으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 그리고 내가 그 천국을 보장받으면 이 땅도 천국으로 미리 당겨서 살아갈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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