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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한국 방문은 시댁 조카딸 결혼식에 함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제사보다 젯밥이라더니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결혼식은 잠깐이고
오랜만에 언니들과 친구들 그리고 준 가족들을 만나는데 너무도 열심이었으니 말입니다. * 시댁 식구
막내 서방님의 둘째 딸이 시집을 갔습니다.
아직은 어린것이...
그것도 연하 남편을...
게다가 인터넷 게임에서 만났다니...
우리 집안의 아이들 중에 제일 차원이 높긴 했지만...
드라마에서 보고 듣던 이야기가 우리 집안 이야기입니다.
꼰대들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떠나기 전날 함께 했던 가족들과의 이야기보따리 속에
안심하고 돌아와도 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한가득 숨어 있었습니다.
젊은 이들이 사는 세상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젊음은 싱그럽습니다.

서로 바쁜 일정과 우여곡절 끝에 아슬아슬하게 떠나기 전날 함께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편 빼고 밤새 풀었습니다.

큰 서방님도 나만큼 멍게를 좋아하는데 내게 밀렸답니다 ㅋㅋ

* 행복한 네 자매
함께하면 언제나 너무도 행복했던 네 자매였는데...
위로 엄마 같은 두 언니와 친구 같은 셋째 언니, 그리고 천방지축 막내인 나까지~
그동안 내가 한국을 방문하면 우리 네 자매는 특별한 여행을 하며 추억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번에도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행복한 네 자매'는 제주도에서 행복한 꿈을 꾸었어야 했는데...
항암 치료를 시작한 큰 언니가 갑자기 콩팥에 손상이 와서 생사를 오갈 지경까지 갔습니다.
위기는 넘겼지만 삶의 근본이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시던 연로하신 형부와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시는 형부의 뒷모습과
병원에서 중환자실과 요양 병원을 오가시는 큰 언니의 모습은
돌아오는 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이 큰 언니의 병원 방문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을 자꾸 부정하고 싶습니다.
소식을 업데이트하는 조카의 톡이 올 때마다 마음이 쿵 떨어집니다.

* 과천 가족
나의 한국 방문 시기와 맞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먼 사촌과도 회동이 있었습니다.
사업차 방문 중인데 15년 만에 만나는 것이니 서로의 얼굴을 보고 한참 말을 잊었습니다.
15년 전의 모습을 기대했다가 같이 늙어가는 모습이 되었으니...
이모와 이모부도 많이 연로해지시니 쩌렁쩌렁하던 시절은 간곳없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이렇게 저물어 가나 봅니다.

* 소꿉친구들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 신앙생활을 해온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서로 삶의 현장으로 떠났다가 간헐적으로 다시 만나기도 했는데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릿결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현재보다 과거가 더 많이 회자되고
자녀보다 손주 이야기가 더 풍성한 걸 보니 우리 이제 노인입니다.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중 유일하게 모교회를 지키는 친구네와~
방랑자같은 친구, 배우자 빼고 우리끼리~

* 십년지기
하나님을 삶의 우선순위로 두고 사시는 장로님 내외분을 만났습니다.
우연처럼 만나 필연처럼 헤어졌습니다.
10여 년 전 미국 미시간에서 처음 만난 이후 한국으로 떠나셨는데
이제 한국에서 다시 만났더니 미국으로 돌아오시게 되었답니다.
바쁜 CEO 임에도 친구처럼 만나 광릉 수목원까지 동행해 주시니 닮고 싶은 좋은 분들입니다.

늘 유머가 진해서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본인 스스로도 잘 모르신다고 합니다 ㅋㅋ

* 삼십년지기
노스캐롤라이나에 살 때 만난 지인인데
여전히 인연을 이어가는 특별한 분들입니다.
국제결혼을 곱게 여기지 않던 시절 미국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세월을 거듭할수록 더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중이고
극기야는 남편의 직장을 한국으로 바꿔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특성상 미국에 다시 들어와 2년 정도 지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고전적인 여인입니다.

문화 해설사로 함께 나오신 그 분 언니의 유머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 현재 진행형
몇 년 전 65세 때 이중 국적을 회복하고 6개월은 한국에서 지내고 6개월은 시카고에서 사는 권사님을 만났습니다.
멋쩍어하는 나에게 한국에서 만나면 좀 색다르다 하시더니 맞습니다.
오랜지기는 아니지만 서로의 공통분모가 있으니...
말이 언어가 아닌 문화였음을 확인했던 만남이었습니다.

한국속의 이태리 트레비 분수와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롯데타워

삶과 죽음처럼 인생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훗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궁금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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