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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 1 먹다 남은 육쪽 햇마늘을 작년 가을 뒷마당에 심었습니다. 아직은 의심스러운 봄날이지만 50도가 넘는 포근한 날이 계속되기에 궁금함에 뒤뜰에 나가봤습니다. 산마늘은 보통 4월 중순이 되어야 올라오기에 혹시나 하고 들여다보니 여전히 소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집마늘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올라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날들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한 톨 마늘의 희생이 육쪽으로 거듭나는 기쁨의 순간입니다. * 생명 2 잎에 꽁꽁 싸여있던 튤립 꽃망울이 활짝 터졌습니다.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예쁨을 가지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 생명 3 쌍둥이 오키드 꽃대가 서로 경쟁하듯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7개와 5개 꽃망울을 모두 피워주는 날까지 나는 매일 아침 개수를 세어봅니다. 살아있는 생명은 뭐든 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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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파리든 흙파리든 아무도 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꽃을 싫어하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을 겁니다. 유난히 날짐승을 싫어하는 내가 또 일을 저질렀습니다. 꽃집에 들렀다가 꽃을 보고는 견물생심으로 꽃화분을 세 개나 들고 나왔습니다. 거기까진 좋은데, 꽃집에서 사 오는 화분엔 간혹 흙파리가 따라오기도 합니다. 화분의 충분한 영양분이 흙파리도 살기에 편안한가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거실에서 책을 읽는데 흙파리 한 마리가 방해를 하지만 참아주기로 합니다. 겨울이 끝날 무렵 화분들을 발코니로 내보낼 때까지... 에효~ 이제 곧 꽃동산에 가서 즐기면 될 것을... 우리 집 식물원이 임시 꽃동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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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임에도 집안에서는 여전히 낮밤으로 히터가 돌아갑니다. 지난 주말부터 내리던 겨울비도 장맛비처럼 여전히 내립니다. 오후에 잠깐 내리던 비가 멈추기에 집 주위를 걸었습니다. 추위 속에 핀 이 목련 나무는 작년에도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었는데... 정원지기가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선지 잔머리처럼 줄기가 올라오고 그 줄기에 꽃이 피었습니다. 그 정원지기가 이렇게 꽃이 필 것을 미리 알고 일부러 배려를 한 듯해 피는 꽃들이 더 아름답습니다. 우리 집 거실엔 네 자매 오키드, 12 사도 오키드 그리고 새로 올라온 꽃대에 매달린 꽃망울들이 노래를 합니다, 어제 선물로 들어온 튤립도 함께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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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다리던 튤립이 활짝 피었습니다. 해마다 5월이면 미시간의 홀랜드에 끝없이 펼쳐지는 튤립들을 시카고 꽃동산(boranic garden)에서 대리 만족을 하려고 지난 몇 주를 기다렸습니다. 꽃 구경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읺습니다. 꽃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을 줍니다. 튤립만큼 사람들도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툴립만 보면 만족한다고 했는데 다른 꽃들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꽃을 보게 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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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튤립 * 조팝나무: 한국이 원산지라는 조팝나무가 많아 반가왔습니다. * 보석 타워 지난 주에 한두개 피었을때는 이렇게 이쁜지 몰랐는데...이름처럼 보석같습니다. * 이름 모를 꽃들 만개했을 튤립을 기대하고 갔는데 부분적으로만 피어서 아쉬웠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이 눈에 아른 거리니 궁금해서 담 주에 또 가야 하나 봅니다. 꽃들은 어떤 모양이든 모두에게 기쁨을 줍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꽃동산의 꽃이 비록 풀꽃은 아닐지라도 자세히 보면 볼 수록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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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책은 꽃동산에서 피크닉과 함께 하기로 합니다. 지난 주에 심기어진 튤립꽃을 볼 기대로 갔는데... 아직 한 주는 더 있어야 만발을 할 듯합니다. 그래도 지난 주에 못 보던 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꽃은 어떤 모양이든 예쁘고 자연은 어떤 상태이든 신기합니다. 예쁜 꽃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모두들 카메라에 담습니다. 나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꽃들은 가까이 보면 모두 보석같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꽃이름이 그런 아이도 있습니다. 시카고 꽃동산(Chicago Botanic Garden)이 집가까이 있어 동네 공원처럼 다닐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