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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의 아쉬운 생을 마감한 청년의 장례예배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는데
시동을 켠 한 자동차 주변을 셀 수 없이 많은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모여있습니다.
그러다가 주변에 서행을 하는 차로 일제히 옮겨갑니다.
신기해서 다가가는 우리에게도 창문을 닫아야 할 만큼 가까이 다가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차의 온기로 데우려는 건가???
겨울로 치면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그동안 포근하다가 갑자기 섭씨 영하 10도로 떨어졌기에 장지에서의 이별은 많이 추웠습니다.
그래선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들어선 식당에서 모두들 따뜻한 국물 요리를 선택했습니다.
나도 남편도 우거지 갈비탕으로 꽁꽁 언 몸을 녹였습니다.
우리는 우갈탕으로 비둘기들은 자동차 배기의 따뜻한 바람으로...

지난 3년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다니던 청년의 고민은 부의 불평등이었답니다.
선물로 주어진 부모 찬스 혜택이 그를 그다지도 힘들게 했던 모양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사랑받을만했던 그의 장례식장엔
원근 각지에서 그를 기억하려고 몰려온 300여 석의 친구들로 꽉 메웠습니다.
모두의 추모사에서 그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었습니다.
마치 비둘기떼가 다가간 따뜻한 자동차처럼...
"남을 따뜻하게 해 주던 요셉아~ 이제는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기 바래~"

후기...
미처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부모님에게서 감사 카드를 받았습니다.
카드의 내용이 또 한번 마음을 울립니다.
지인들의 위로와 격려에 힘입어 천국과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겠다는 고백과 함께...

혹시 친절한 카드를 보내주셨다면,
혹시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계셨다면,
혹시 그곳을 빛낸 아름다움 화환을 보내주셨다면,
혹시 친구라거 할 수 있는 좋은 말들을 해 주셨거나 보내셨다면,
혹시 그 곳에 함께 하지 못했을지라도 그 날을 기억해 주셨다면,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해주신 그것이 무엇이든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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