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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나 시카고같이 추운 북쪽 지역에 사는 은퇴한 어르신들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가 지내시다가 봄이 오면 다시 돌아오시는 걸 철새 또는 스노우 새라고 부른답니다.  
물론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고 머물 집이 두 곳에 다 있어야 하기에 모든 은퇴자들에게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11월부터 4월까지 플로리다로 내려 가시는 몇몇 어르신들이 떠나기 전에 함께 식사를 하자셔서 골프 클럽 식당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잠시 떠나는 분들께 예쁜 김치빵을 만들어 드리려고 시간이 촉박했지만 일단 시작했습니다.
식당 도착시간을 계산해 나름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따로 가는 줄 알았던 남편이 나를 데리러 집에 와서는 빨리 가자고 합니다.
아직 빵이 나오려면 7분이 더 있어야 하는데...
남편의 생각을 따라주지 않으면 생길 후 폭풍을 피해 빵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ㅜㅜ

실온 우유 83그램/ 빵밀가루 260그램(1/3/4컵)/세개의 구멍에 설탕 2 큰 술, 이스트와 소금 1 작은 술씩(이스트의 활성화를 위해)
버터 26그램과 위의 재료를 스탠드믹서에 넣어 적당히 반죽을 한 후 뚜껑을 덮어 두배가 될때까지 1차 발효시킵니다.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헌김치보다 새김치가 더 맛있어서 잠깐 망설이다가 헌김치 당첨/ 기름을 두르고 국물짠 잘게 다진 김치와 적당히 잘게 썬 양파 반쪽과 할라피뇨 조금 넣고/물기가 사라질때까지 볶아줍니다. 
발효 시간을 단축해 보려고 따뜻한 후라이팬 위에 올려놨더니 잔머리가 일을 합니다. 
497그램이 나와야 하는데...개당 80-85그램 6개 볼을 만듭니다. 
만든 볼은 랩을 씌워 15분 쉬었다 갑니다. 
식혀준 김치에 같은 양의 피자치즈를 섞어 소를 만들고 만두빚듯 모양을 만들어 줍니다. 
숨구멍도 트여주고 에그워시(계란 1개+물1큰술)를 발라주고 다시 30-45분 2차발효 시켜줍니다. 
아직 7분 더 궈줘야 하는데...봉변당한 김치빵은 이렇게 민낮을 드러내고 부끄러워 합니다. 

열심히 빵을 만들다 왔음에도 메뉴에 반미 샌드위치가 있기에 반가워 또 빵을 주문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스테이크나 연어요리를 시키라지만...

남편은 식당만 가면 결정장애(?)가 생겨서 후렌치 어니언 스프와 스페셜 스크래치 새우 타코를 시켜줬습니다(사실은 내가 먹고 싶어서 ㅋㅋ)
대화가 길어지면서 디저트까지 시켜 눈과 마음이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그 분들을 보내드리고 왔습니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시간들이지만 모두에게 같은 질량의 시간이 아님을...  

음식보다 디저트가 더 무거운 점심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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