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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비바람에 모두 쓰러진 코스모스를 정리하러 뒤뜰에 나갔다가 옆집 아짐을 만났습니다.
며칠 전 지인에게서 받은 사과가 너무 많아서 나눠 주시겠다며 차 한잔 마시자고 하십니다.
그렇게 시작된 마실로 옆집 부부의 40년 여정을 맛보고 왔습니다.


옆집 남편(70이 넘으셨지만)은...
잘 생기시고 친절하시고 착하시고.. 무엇보다도 부인을 왕비로 모시고 사신답니다.
몸이 약한 부인이 손 하나 까닥 하지 않아도 늘 집 안팎이 깨끗한 걸 보면 인정합니다.
집에만 있는 부인을 위해 퇴근하는 길에 늘 음식을 사 들고 온답니다.
집에만 있는 부인이 답답할까봐 외식도 상당히 자주 한답니다.
커다란 가게를 운영중인 사장님인데 주말에는 손바닥만 한 텃밭 정리까지 해 줄만큼 자상하시답니다.
아직 결혼 하지 않은 아들 둘이 타지에 사는데 어쩌다 방문하면 바쁜 일을 제쳐놓고 아들들과 골프도 칠만큼 엄청 친절한 아버지랍니다.
특히 늦둥이 대학생 딸이 방학때 집에 오면 그 딸을 바라보는 눈에서 사랑을 뚝뚝 떨어뜨리며 올인을 한답니다.
Long story short~
그 남편이 그렇게 자상하고 사랑이 많은 이유가 원래 좋은 성격을 타고난 것이기도 했지만,
그 녀가 3년전 기관지염으로 심하게 아팠는데 부인 없이 혼자 못 산다며 죽을힘을 다해 간호를 하시더랍니다.
그 이후 그 남편은 오직 부인의 건강을 위해 사신답니다.
소설 속에서나 들어볼듯한 이야기를 접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ㅋㅋ
우리 부부의 세계...
서로의 감정에 민감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왕비 대접까지는 아니어도 친절하고 배려 깊은 남편이 조금은 그립습니다.
오늘도 나는 친절하고 배려깊게 남편의 점심을 준비합니다.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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