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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치면 외곽도시인 우리 동네는 북쪽 끝으로는 위스컨신주(30분 거리)와 남쪽으로는 시카고 시(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미국의 주들은 마치 한국의 지자체처럼 주마다 서로의 분위기가 눈에 드러나게 다릅니다.
위스컨신과 일리노이주의 경계에서 0으로 시작되는 트레일은 두 카운티가 만나는 경계시점인 우리집 근처까지 32마일의 강가 트레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길게 연결된 트레일은 자전거, 말, 유모차, 애완견들에게 최적화 된 곳입니다.
작년초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할 수 있는게 산책뿐이기에 두 카운티가 만나는 시점인 우리 동네 32마일을 시작해서 북쪽으로 10여마일 즈음까지의 트레일들을 정말 열심히 다녔었습니다.
올 해 이른 봄부터는 거위들 길들이느라(?) 잊고 지냈던 주변 트레일을 날이 선선한 오늘 다시 가 보았습니다.
거위의 호수에서 깡패(호수 주변의 거위들을 모두 쫒아내는 쌈거위)같은 늦둥이 거위가족(우리가 버릇을 잘못들임)에게 쫒겨선지 나머지 5가족이 사라져 버렸기에 남편이 흥미를 좀 잃었는지 오늘은 집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0마일 지점인 북쪽에 위치한 산림보호 공원(Van Patten Forest)엘 갔습니다.

2.4마일 거리의 파란색 호숫가 트레일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윗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 위슨컨신 경계에서 0마일을 점찍고 내려왔습니다. 빨간 선이 DPR 트레일입니다.
아직 입추가 되려면 일주일 더 있어야 하는데 성급한 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합니다.
시작 시점인 0마일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며 해맑게 웃어줍니다. 오늘의 목적 지점이기도 합니다.
되돌아 서는 포인트 펫말에 말을 타고 뛰지말고 걸으라는 사인인듯하나 트롯을 하려면 살짝 뛰어야 하는데...쿵짝쿵짝 두박자의 트로트가 여기서 온건가?
말을 태우는 트레일러 전용 주차장입니다. 길이 어긋나 걷는 말은 아쉽게도 건너편에서 멀리서만 봤습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같은 나무 다리가 파랑 트레일과 노랑 트레일을 연결해줍니다. 노랑 트레일은 숲속길이지만 입구까지만 갔습니다.

데스 플레인스 강가(DPR)에 최초로 생긴 산림보호구역이어선지 깨끗하게 보호가 잘 되어있습니다.
그래선지 또 야생화와 새들 그리고 맑은 물속의 미노스(떡밥용 물고기)들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다리밑으로 흐르는 DPR 강줄기엔 소금쟁이들과 꽃가루들이 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웬지 따먹어도 되는 듯한 열매들이 그득합니다. 새들의 먹이일테지만...
까만 눈의 수잔(Black-eyed Susan)이 야생 당근꽃 사이에 피었습니다.
야생 당근꽃은 다양한 이름을 가졌는데, 이 꽃처럼 '앤 여왕의 레이스(Queen Ann's Lace)' 가 그 중 하나입니다.
활짝 피기전엔 '새집 꽃(Bird's nest)'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정말 새집같이 생겼습니다. 이름 짖는 사람 상줘야 합니다.
호랑나비가 풀섶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너무 이뻐서 방해를 했습니다.
강과는 다르게 호숫물이 너무도 맑아 속이 다 들여다 보입니다. 호수속의 조개껍질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궁금합니다. 민물조개?

우리는 점심을 싸가지고 가서 호숫가에서 여유있게 먹은 후 걷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식사시간이 지난 후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고무보트를 타려고 힘들게 바람을 넣고 있습니다. 보트가 완성되면 점심을 다시 먹어야 할듯 합니다.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며 내가 왜 진작 자전거를 배우지 않았는지 볼때마다 후회하는 중입니다.
유모차 달린 아빠의 자전거, 강아지 업은 엄마의 자전거, 저만치 떨어져 있는 아이의 자전거~이런저런 방법으로 온 가족이 자전거로 산책길을 즐깁니다.
에구...지친 아이들을 업고 부축하는 건 부모의 몫입니다.

호수 중간에 굉장히 많은 거위떼가 모여있습니다.
비상 식량처럼 가지고 다니는 거위 사료를 먹여보려고 다가가니 모두들 줄행랑을 칩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거위들이 특별한 일임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자꾸 부르니 더 멀리 행렬을 지어 도망갑니다. 바이~

거위들의 환대를 받지 못해선지 너무도 아쉬워하는 남편을 위해 집으로 오는 길에 동네 거위의 호수를 들렀습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여전히 안 보이고 깡패 가족만 보입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깡패 가족이 멀리서 반가히 다가옵니다. 뒤에 있는 거위 4마리는 다른 동네에서 이민왔는지 우리곁에 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거위들이 다 커서 비슷비슷하게 생겨 우리에게 다가와줘야 우리가 길들이는 거위인줄 압니다.
깡패처럼 주변의 거위들을 다 쫒아 버려도 우리를 알아봐주고 다가와주니 새삼 고맙습니다.
산책길에 드문드문했던 까만 눈의 수잔이 우리동네엔 이렇게 만발합니다. 내가 사는 곳을 좋아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입니다.

거위의 외면 빼고는 선선한 날씨도 지루하지 않은 자연환경도 좋았는지 이제 월요일마다 시간이 허락되면 그동안 가보지 못한 트레일을 다녀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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