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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무슨 일이든 쉽고 빨리 그래서 대충합니다.
평생 시간에 쫒기며 살아온 삶으로 인해 생긴 습성인 듯 싶습니다.
이제 시간에 쫒기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사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일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고 작은 실수가 엄청 많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집니다 ㅜㅜ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기억하지 못하느냐?" (마가복음 8:18)



분주한 토요일 오전을 보내고 12시 점심 약속을 위해 막 나서는데 전화가 옵니다.
15분이나 지났는데 왜 안 오냐고...
헐~ 카톡을 보니 점심약속은 12시가 아닌 11:30분 이었습니다.
15분 후에 도착하겠노라고 백배사죄를 하고 속도까지 위반하며 달려갑니다.
급하게 식당(Bluefish)에 들어서는데...
헐~ 홀을 둘러보니 일행이 없습니다.
다시 카톡을 보니 내가 며칠전 갔던 곳이 아니고 다른 지점입니다.
호스트가 처음에 약속했던 식당(Starfish)이 토요일 점심엔 문을 닫는다고 다른 식당(Bluefish)으로 바꾸면서
시간도 12시에서 11:30으로 옮긴것을 카톡으로 보긴 했지만 내 생각을 12시로 고정하고는,
메시지를 보고도 보지 못하고 내 머리속의 이미지로 원래의 시간인 12시에 맞춰 다른 장소로 간겁니다.
멀리 사는 호스트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3명이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으로 배려하신 건데...
결국 45분이 넘게 도착했고 사죄의 의미로 점심 값을 내려 했더니
호스트께서 자신의 더 심한 실수담으로 위로를 하시며
식사 후 별다방에서 커피를 사라며 면죄해 주십니다.
다행히 기다리는 분들에게 일행이 있어서 아주 쪼금 덜 미안한 실수였습니다.



오후 5시에 한국에서 오는 가족을 만나러 공항으로 떠났는데...
가족중 부자가 먼저오고 모녀는 한 달을 더 지내다 오게 되었습니다.
아직 한국에 있는 그 와이프에게서 남편 대신 도착시간을 메시지로 받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와이프도 말이 짧은 남편이 알려준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경유하는 시간을 내게 전달한겁니다.
경유해서 오는 곳에서 이곳까지 2시간이면 도착하니 그곳에서 출발할때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연락을 안 할 사람이 아닌데...
암튼 연락이 없어서 그 와이프에게 처음 받은 도착시간에 맞춰 나갔습니다.
비행기 번호를 그 와이프에게 확인하지 않은 것이 나의 불행(?)의 씨앗이었습니다.
Long story short~
그 부인은 그 남편에게서 들은 처음 입국지 시간을 내게 줬던 것입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그 남편은 전화기를 한국에서 사용하기 위해 빼놨던 심카드를 잘 보관하다가 공항에서 넣으려니 어디에선지 모르게 분실을 했고,
그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떠나게 되어 전화기를 바꿔주려고 기존의 서비스를 캔슬한 상태였기에,
그러인해 나와는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겁니다.
다행히 중간에 한국의 아침 시간이 되어 그 부인과 연락이 되어 삼각 시스템으로 극적 상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은 친구처럼 함께 온다더니...
수화물로 부친 가방 두개가 분실되어 그걸 집까지 배달 받기위한 수속을 해야해서 또 한참 동안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불편함은 그들 여정의 어려움에 생각하면 조족지혈일겁니다.
14년만에 방문한 한국 여행이 더위와 펜테믹으로 심하게 고생했는데...
경비를 아끼려고 직항대신 경유하는 비행기편을 택했고 주차를 위해 우리집 주차장까지 이용했는데...
그 아들 여자친구의 선물이 담긴 가방이 언제 집에 올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우리집 주차장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되어갑니다.
피곤하고 힘들것같아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 했더니 미안해선지 다른 이유를 대면서 그냥 출발한답니다.
오후 간식으로 주려고 싸갔던 빵과 쥬스는 야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빵이어서 젊은이 입맛은 사로잡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4개뿐인 크림치즈 단팥빵은 먹어보지 못하고 그냥 싸 주었습니다.


어제 아침 그 와이프에게 부자는 잘 도착해서 잘 자고 주일도 잘 지냈다는 소식을 대신 받았습니다.
한국 방문시 필요한 것을 부탁하라는 말에, 그 분들의 미안함도 덜어야 겠기에, 여기서 사기 힘든 천연 발효종 빵에 관한 책을 부탁했는데,
다행히 내게 선물로 줄 책은 백팩에 담아왔노라고 자랑스러워 하는 그 남편의 모습에 미소 지었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좋지 않은 일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지 그 분들의 잘못이 절대 아니라고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늦은 밤 나는 선물로 받은 갖고 싶은 책을 읽으며 하루의 모든 일을 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교훈삼아 대충말고 온전한 일상을 위해 노력해야 겠습니다.

그 와이프가 미안해선지 내가 부탁한 책말고 다른 책을 한 권 더 보내 주었습니다. 무거웠을텐데...따뜻한 마음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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