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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돌싱녀는 ㅎ 독신녀는 ㅂ 로 표기합니다.

ㅎ와 ㅂ는 이화여고 동기 동창입니다
ㅎ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 와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퇴 한 1.5세입니다.
ㅂ는 한국 대학에서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간호학을 공부해 늦깎이 간호사가 되어 미국으로 취업 이민을 왔답니다.

* 모두의 삶이 다르듯 둘의 지나온 삶의 과정은 많이 다릅니다.
ㅎ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고 ㅂ 는 어디까지 팩트인지 모를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답니다.  
경제적인 넉넉함은 둘이 서로 둘째가라면 서운할 만큼 넉넉해 보입니다.
ㅎ는 나라와 직장에서 받는 연금이 우리 둘이 받는 것의 두 배이고 지금 사는 아파트도 나의 부러움을 살만큼 아담하고 깔끔합니다.
ㅂ는 나라와 직장에서 받는 연금은 ㅎ와 비슷한 데다 재테크까지 잘해 아파트 두 채 월세까지 받는 부자입니다.  
ㅎ는 두 아들 며느리 네 명의 손자에게 아낌없이 퍼주면서 자신에게도 넉넉하게 지냅니다만,
ㅂ는 나눠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도 주변과 자신에게 조차 엄청 인색합니다.

* 우리의 만남의 시점이 드라마틱합니다.
ㅎ가 이혼한 시점에 ㅂ는 꿈을 찾아 미국에 취업이민을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그 둘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서로의 다른 점을 타향에서의 향수로 극복하면서 우정을 쌓아왔답니다.
가족에게 또 지인들에게 퍼주는 걸 좋아하는 ㅎ는 친구들 뿐 아니라 ㅂ에게도 한없이 퍼줬는데,
자신에게 조차 인색한 ㅂ는 둘이든 여럿이든 만날 때마다 지갑을 열 줄 모르기에,
결국 ㅎ는 그 불만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인내심이 극에 달 했을 때 1/N이라는 규칙을 정해 선을 긋게 되었답니다.
사실 우리네 정서는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내고, 네가 밥을 사면 나는 커피를 사고... 합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여 년 동안 함께하던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 생겼답니다.
ㅂ가 훗날 만난 첫사랑과 지금도 불륜 중이라는 소문을 다른 친구에게서 듣게 된 것이었답니다.
그것도 ㅂ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진행 중이었다는...
(ㅎ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기에 불륜이라면 너무도 싫은데...)
ㅂ는 그걸 ㅎ가 모르는 줄 알고 있기에 ㅎ는 나름 돌려서 확인했지만 극구 부인하더랍니다.
그러면서 지난 20여 년의 그녀의 행보를 돌아보니 그 일이 그래서, 그때 그래서.. 등등 퍼즐이 맞춰지더랍니다.
그 이후 ㅎ는 ㅂ에게서 받은 배신감으로 마음 문을 닫고 ‘이제는 더 이상 친구는 없다’고 결심한 시점에,
극적으로 뉴욕행 버스 정류장에서 나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ㅎ는 하나님이 위로 차원에 나를 친구를 보내주셨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우리 셋은 작년 8월 20일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야간근무 간호사 생활을 했던 ㅂ는 오전에는 잠을 자야 하고,
남편과 자녀에게서 배우는 인내심을 경험하지 못한지라 자기중심적인 관계로,
토요일 뉴욕행은 주로 ㅎ와 나 둘이서 다녔습니다.
실은ㅂ는 우리가 만난 후 바로 3개월을 한국에 다녀오면서 더더욱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
다녀온 후에도 몇 년 전부터 아픈 고관절 때문에 많이 걷지 못하는 ㅂ와 함께 나서면 걷기를 자제해야 하기에,
ㅎ와 나는 살짝 밑 입술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뮤지엄을 도장 깨기 하면서 다닌다는 내게 호감을 가진 ㅎ는 뮤지엄을 나보다 더 좋아했으며,
재즈를 좋아하고 멋진 식당에서 맛있고 멋있는 음식을 먹는 음... 분위기 있는 그런 시니어입니다.
하지만 ㅂ는 뮤지엄에 그닥 관심이 없고 낮밤으로 이상한 유투브에 빠져 가끔은 진짜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평생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나를 빚어왔던 내게는 ㅎ도 ㅂ도 함께 하는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ㅎ가 두 달간 한국에 다녀오게 되어서 지난 두 토요일 함께 했던 ㅂ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의 입장을 양보 없이 고수하는 그녀와의 만남이 앞으로 순탄하지 않을 듯합니다.            
‘차라리 혼자가 좋겠다’라는 마음이 100%입니다 ㅋㅋ

* ㅎ아닌 ㅂ와의 뉴욕 여행
지난주 토요일 저녁 7시 스케이팅 쇼 티켓이 두 장 생겨 ㅂ에게 연락을 했고,
우린 오후 3시에 만나 이른 저녁을 먹고 쇼를 구경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늦게 일어나는 ㅂ와는 다르게 새벽형 인간인 나는 나름 늦은 아침을 먹고,  
뉴욕에 도착해서 잠깐 걷고 난 5시경에 이미 나는 배가 고팠는데,
11시에 일어나 1시 넘어서 아점을 드신 그녀는 식당만 두리번거리며 먹을 생각이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주 인도 음식값을 내가 내서(ㅂ는 한국정서를 좋아하고 나도 내가 내주고 싶었기에),
어제는 ㅂ가 내겠다고 했기에 내가 막 어디를 막 가자고 하기도 그랬기에...
결국 우린 쇼 시간에 임박해 아이스 링크에 도착했고 나는 쪼르륵 거리며 쇼를 봤습니다.
9시가 넘는 시간인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 근처 식당에서 샌드위치라도 먹겠냐는 ㅂ의 질문을 고사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은 집에 가서 천천히 먹어도 되지만 나를 위해서라기에...
저녁이라 늦었으니 그냥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아... 이래서, ㅎ는 ㅂ와 가능하면 같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나 봅니다.
난 음식종류가 달라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ㅎ는 양식과 분위기를 좋아하고 ㅂ는 한국음식과 동남아나 남미 음식을 좋아하며 배만 채우면 되는 사람이기에...
그게 아니라 문화가 다른 거였습니다.
게다가 ㅎ와는 신앙노선이 같지만 ㅂ는 혼합종교 주의자여서...
슬픈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ㅂ에게서 연락이 오면 만나기는 하겠지만 내가 먼저 연락하진 않을 듯합니다.  

하이라인에서 시작된 ㅂ와의 산책길
군데군데 갤러리에서 미술작품도 감상하고
식당을 기웃거리며 루프탑에도 올라 리틀 아일랜드도 바라보고
멋진 건물들에 한 눈을 팔며 다니다가
피어 61에 위치한 아이스 링크에 도착해 건너편 뉴저지도 바라보고
귀엽고 재밌는 쇼를 구경하고
저 선수의 매력에 빠져 비라보다가 결국은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합니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만나 삼총사가 되었는데...

색다른 인연(감사 911)

지난 토요일 오전,도서실에 책을 반납하고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부친 후,기존에 다니던 링컨 터널 말고 조지워싱턴 다리를 건너 뉴욕으로 들어가기 위해 하이웨이 버스정류장에 들어섰습니다.

grandma2020.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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