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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콘도는 주변을 잘 꾸며 놓았고 크고 작은 호수가 두 개 있는데 큰 호숫가에 백조가 삽니다.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사시는 권사님께서 정보를 주셔서 함께 시나리오를 씁니다.
해마다 봄이 시작되면 멀리서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백조 한쌍을 모셔온답니다.
집처럼 팬스를 쳐주고 먹이통과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아 키울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줍답니다.
며칠 전부터 알을 낳아 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네 개쯤 있다고 합니다.
작년엔 일곱마리를 잘 키워서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고향(미시간주)으로 데려갔답니다.

어제 오후에 잠깐 갔다가 재밌는 쑈(?)를 구경했습니다.
비교적 한산한 호숫가에 백조 한쌍, 청둥오리 한쌍 그리고 거위 한쌍이 있는데,
알을 품은 어미 백조는 둥지 위에 있고 아비 백조는 밑에서 거위를 쫒고 있습니다.
거위 커플이 백조 먹이를 빼앗아 먹으려고 양쪽에서 교란 작전을 벌이고 있던 것입니다.
한 마리를 쫒아 내려고 따라가면 다른 한 마리가 다가가 먹이를 얼른 먹습니다.
백조가 다시 돌아와 쫒아 내려고 따라가면 또 다른 거위가 와서 먹이를 훔쳐 먹습니다.
청둥 오리는 어차피 키가 작아 먹이 통에 닿을 수도 없고 큰 새들이 흘린 음식만 주어먹기에 곁에 있어도 게의치 않는데,
거위는 절대로 근처에 오지 못하게 철통 방어를 합니다.
아비 백조가 그냥 먹이통과 어미 둥지 밑에 머물면서 거위들을 쫒아 버릴 수도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금수저 백조가 예쁘기는 한데 머리는 별로 좋지 않은가 봅니다.
백조 속을 알 수 없어서 김치없이 고구마를 먹은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늘 말씀처럼 백조의 우아함만, 거위의 로얄한 성품만, 청둥오리의 모성애만 보기로 합니다.

안쪽에 있는 거위를 추격해 호수 가운데로 쫓아 냅니다.
그 사이 다른 거위가 먹이를 훔쳐먹는 걸 보고 부리낳게 다시 돌아와 쫓아냅니다.
먹이 먹던 거위를 쫒아내는 동안 가운에 있던 거위가 천천히 다시 돌아옵니다.
따라가도 거위가 호숫가 풀밭으로 올라가면 거기서 그냥 내려 오지 못하게 노려 보기만 합니다. 그럼 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풀을 뜯어 먹습니다. 그러다 다른 거위가 먹이통에 가까이 오면 또 그 거위를 쫓느라 돌아갑니다. 그러기를 끝도 없이 반복합니다. 하나님은 정말 모든 것을 다 주시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엔 아비 백조가 기절하듯 잠을 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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