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여행(Travel)

언니와 섬여행(감사 798)

매일 감사 2024. 4. 17. 23:22

언니가 카페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패키지에 나도 조인해서 홍도와 흑산도 그리고 도초도와 비금도엘 다녀왔습니다.  
언니와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의 아쉬움을 그렇게 달랬습니다.
때로 우리의 일들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기는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시작부터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용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ktx를 타기 위해 가던 중 전화기가 안 보인답니다.
그때는 집에 놓고 온 줄 알았습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망설임 없이 무작정 내렸습니다.
전화기가 없으면 불편한 일이 많기에...
하지만 우리가 집을 경유하면 기차를 놓칠 테고 그럼 여행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포기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언니 가방에서 벨이 울립니다.
집을 나서기 바로 전 립스틱을 바른 후 파우치에 집어넣으면서 전화기까지 거기에 무의식으로 넣은 듯합니다.
에휴~걱정스러운 시니어의 길입니다.

제시간에 도착한 용산에서 언니의 친구들과 함께 목포행 기차를 탔습니다.

목포역에 내려 홍도행 배를 타기 전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들을 기웃거리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해물탕집에서 급하게 먹고 또 분주히 발걸음을 선착장으로 옮겼습니다.
전라도 음식이 짠데... 싶었던 선입견을 깬 동태탕과 밑반찬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서둘러 선착장에 도착하니 각 지역에서 모인 팀원들과 함께 가이드의 섬여행 지침이 한창입니다.
부푼 마음으로 홍도행 배에 탑승하니 아이들 소풍처럼 여기저기서 간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과자, 젤리, 육포... 그중 다양한 요거트에 밀리고 있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야쿠르트가 이제는 거꾸로 마시라는데 맛은 여전합니다.

날이 너무 좋아 파도조차 잠잠해 배 멀리를 걱정했던 언니조차 아무 문제 없이 홍도에 도착했습니다.

언니 친구 중 사진작가가 한분 계시다고 들었는데 이 분입니다.
내 짐가방보다 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예쁜 곳과 멋있는 스팟엔 어디든 이 분이 계십니다.

사진작가가 아니어도 여기저기 어디든 멋있고 맛있어서 모두의 카메라 세례를 받는 홍도... 힐링의 섬입니다.
도착한 첫날은 섬을 둘러봤습니다.
기력이 많지 않은 시니어들인지라 정상엔 오르지 못했지만 바닷가의 비릿한 내음의 바닷바람은 정겨웠습니다.

 


바닷가의 싱싱한 회는 보너스입니다.
멋짐 가득한 석양은 선물입니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나니 창문밖이 바닷가입니다.
야호~
부지런한 사람들이 일출을 바라봅니다.

빽빽한 하루 일정을 잘 소화하기 위해 백반식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는데,
빵과 커피가 익숙한 내게는 그림의 밥입니다.

삶은 호박을 몇 점 집어먹고 커피 한잔을 내려 바닷가로 내려섭니다.
지나는 길목의 식당에 쓰인 멘트가 재밌습니다.
아직은 밥보다 커피가 더 좋은 철없는 할매입니다.

유람선을 타고 홍도를 굽이굽이 돌았습니다.
섬들이... 너무도 멋진 섬들이 끝이 없습니다.
아직 다른 곳의 섬들을 구경하진 못했지만 홍도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듯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짐을 함께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영상에 담아왔습니다.

유람선 승선을 늦게 한탓에 서서 가다 보니 포토존이 있기에 서서 영상을 찍었는데 알고 보니 여기서 사진을 찍어주고 현상도 해주는 곳으로 이용되는 곳이었습니다 ㅋㅋ
나의 멋진 영상은 이 상술 덕분이었습니다.

멋진 사진을 찍어주신 친구가 고맙습니다.

중간즈음 선상에서 회를 먹을 수 있는 상술도 있습니다.
패키지여행스러웠지만 그걸 이용하는 우린 즐거웠습니다.
회가 달고 술이 달다며 모두 달려듭니다.

유람선으로 홍도를 한 바퀴 돌고 흑산도로 향했습니다.
참, 흑산도 배 타기 전 간식으로 선착장 포장마차에서 해삼과 전복을 실컷 먹었습니다.
캬~ 섬여행의 맛입니다.  

흑산도는 관광버스로 한 바퀴 도는 여정이었습니다.
굽이굽이 오르락내리락 기사분의 운전실력은 대단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말로만 듣는 다른 것은 기억에 얼마나 남을까... 싶었지만 가끔씩 내려서 사진을 찍게 해 주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흑산도 여행을 마치고 비금도와 도초도 가는 중간시간이 2시간 반이나 됩니다.
왜? 그럴 거면 좀 천천히 산 위에서 시간을 주시지~
빈둥거리다 발견한 예쁜 꽃들입니다.

의아해했지만 아무도 반문을 못하고 그냥 여기저기 삼삼오오 떼를 지어 수산물 쇼핑도 하고 항구를 구경하다가 작은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지긋한 연세의 할매가 운영하는 카페 '배낭'~
내가 하고 싶어 하던 그 정도의 카페~
커피와 티 외엔 다른 건 없지만 편안하고 여유로운 그런 카페~
자그마한 과자와 젤리를 서비스해 주는 그런 카페~
내가 한다면 빵도 몇 개 굽겠지만...

카페에서 시간을 때운 후 배를 타고 비금도와 도초도로 향했습니다.
그 두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처럼 여행을 했습니다.

도초도에선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엘 들렀습니다.
길목의 수국공원과 팽나무 정원도 있었지만 지금은 철이 일러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곳의 윤슬로 아쉬움을 대신했습니다.  

 


 

비금도에선 하트해변 전망대와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들렀습니다.
하누넘 해안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인위적인 모습에 그다지 감흥이 넘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질 무렵이었고 그곳은 우리의 눈이 활짝 뜨이고 입을 다물수 없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사장과 하늘이 맞닿아 마치 내가 가보고 싶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을 떠오르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여긴 꼭 가봐야 하는 곳입니다.

그것도 석양 무렵에~

물의 길, 바다의 길, 해의 길 그리고 우리의 길~
제일 씩씩한 울언니~
가이드가 연출해준 멋진 인생샷~

그렇게 아쉬움의 비금도와 도초도의 일정은 끝이 났습니다.
첫날 아침 손도 안 대었던 섬식 백반이 둘째 날엔 너무도 맛있습니다 ㅋㅋ

여행의 마지막 날 배를 타고 목포로 향하던 중 갈매기들과 과자를 나눠먹었습니다.

그렇게 섬여행은 끝이 나나... 싶었는데 서울행 멤버들의 시간을 여유 있게 잡는 바람에 횟집에서 점심+오무아 빵집에서 간식+횟집에서 간식 같은 추가식을 하면서 행복함을 더했습니다.

이박 삼일동안의 섬여행은 많이 웃고 많이 먹고 많이 보고 많이 누린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낯선 동생을 품어주신 언니들이 고맙습니다.

후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출발 후 두 번째 정거장에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입니다.
언니들 넷이 셋업 된 좌석에 할아버지 한분이 당신 자리라며 잠깐 비운 자리 하나에 무작정 앉아 한바탕 소동을 피우시더니 ’아 내 좌석은 9번이구나 ‘라며 떠납니다 ㅋㅋ
얼마 후 젊은 청년이 또 그 자리를 자기 자리랍니다.
그 청년의 자리는 내 옆인 3C였는데 4C 인 언니들 자리를 잘못 알았던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기차가 출발하자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시작합니다.
한 통화가 끝날 때까지는 참았는데 두세 통 이어지는 그의 통화에 못 이겨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그렇게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면 내가 불편하다’며 언니들의 자리에 두 자리에 세 명이 끼어 앉았습니다.
내가 나오니 영상통화까지 하더랍니다.
한참 후 승무원이 지나가기에 그 청년 들으라는 듯이 시끄러워서 못 참겠으니 내게 다른 자리를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승무원은 웃으며 입석조차 매진이니 그 청년에게 주의를 주겠답니다.
한참 지나 그 승무원이 선물을 들고 옵니다.
미안하다며...
그러면서 한마디 곁들입니다.
좀 조용조용 해 달라라는 ㅋㅋㅋ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 격이 되었습니다.
그 후 그 청년은 잠이 들었기에 내 자리로 가서 편안하게 용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잊지 못할 행복한 섬 여행이었습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