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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뇌 구조가 궁금한 아침입니다.
매번 같은 상황의 현실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
우린 그걸 '동상이몽'이라고 합니다.
"Dream different dreams while on the same bed"
하지만 젊은 시절 그게 좋아서 백년가약(?)을 맺었고 앞으로도 그걸 딴지 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게으른 아내가 늦잠 자는 사이 부지런한 남편은 새벽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부엌에서 커피를 마시는 내게 혼자 본 일출이 너무도 멋지다며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그 모습을 벗어 든 양말과 함께 아일랜드에 올려놓고 샤워하러 올라갑니다.

으이그...

현장을 그대로 뒀다가 샤워 마치고 내려온 남편에게 "이 양말이 왜 여기에 있지?" 했더니,
"그러게~" 하며 피식 웃으며 가져갑니다.
이후 이층에 올라가려고 보니 계단에 얌전하게 앉아있는 그 양말을 또 만납니다.
역시 그대로 두었다가 일층에서 부엌으로 올라온 남편에게 알려주니 스스로 "이 양말이 왜 여기에 있지? 합니다.

어떻게...

한참 후 삼층에 올라갔다가 빨래통 옆에 떨어진 그 양말을 보고 이 번엔 그냥 깊은숨을 쉬고는,
양말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만 양말을 있는 힘을 다해 빨래통에 쳐 넣습니다.

양말이 빨래통으로 가는 길은 너무도 험합니다.

남편은 이렇게 뭐든 사용한 물건은 놓는 자리가 제자리입니다.
쓰레기조차 그것이 무엇이든...
표정관리 잘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속내를 다 드러내고 사는 것과 같은 원리려나...
내가 청소와 정리를 해주면 자신의 물건들을 찾느라 힘들어해서 남편의 책상은 절대 불가침 영역입니다.
바로 10센티만 옮겨놔도 그 물건을 찾지 못하고 물어오기에...
사용하든 하지 않든 보이지 않게 치우는 나와 다른 성격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저 남자의 뇌 구조가 궁금할 뿐입니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 아무것도 자신의 기억 창고에 넣지 않는 듯합니다.
어쩌다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면 기억을 못 하는 듯 흔들리는 동공으로 웃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일은 나보다 더 상세하게 기억하면서 오히려 내 기억을 나무랍니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남편의 뇌... 참 편리한 뇌입니다.
*하지만 문득 내게는 쉽고 간단한 일이 남편에겐 감당하기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너무도 바쁘게 살고 있는 남편을,
그래서 양말을 흘리며 살고 있는 남편을,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 있는 내가,
손과 발이 되어 줍줍 하며 살아왔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일 테니...
앞으로도 불평 대신 감사하며 살기로 합니다.

부부가 서로 잘 살기 위한 도움 영상💕
https://youtu.be/RasiKABAU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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